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집 가까이에 있는 초중등학교 3곳은 아침 등굣길에 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간 뒤 이내 깊은 적막감에 빠져든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실 안에서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학교의 모습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에서 오래전부터 봐왔던 익숙한 광경이다.

이번주 모 신문 1면에 ‘0교시 아침 운동, 부산 학생 깨우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와 관심을 갖고 읽었다. 내용은 부산 교육계에서 ‘부산발’ 아침 운동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교육청이 올 초 도입한 ‘아침 체인지(體仁智)’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부산 시내 초중등학교 아침 운동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이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50개 학교를 목표로 신청을 받았는데 200여곳이 신청하더니, 현재는 전체 초·중·고(632개) 중 52%(330개)가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취지는 1교시 시작하기 전 운동을 해서 잠을 깨워 수업에 더 잘 참여하게 하고, 친구들과 몸을 섞어가면서 인성도 키우자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한 여중생은 “학교에 도착해서 20분 정도 운동장 걷고 배드민턴을 하니까 예전처럼 아침에 머리가 멍하지 않고 왠지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며 “평소에 체육 시간만으론 운동량이 부족했는데, 아침마다 운동하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붙잡고 몇십분씩 메시지를 주고받던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몸으로 부딪치니 얼마나 좋으냐”며 “휴대폰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만으로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즘 초중등 학생들은 과중한 학업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학교 폭력, 약물 중독 등 위험 환경에 갈수록 많이 노출돼 있다. 점점 열악해지는 교육적 환경 속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육 활동만한 것이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사회성을 회복하는 데 체육 활동이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운동 강조하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존 레이티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담에서 ‘학생 운동 효과’를 강조하며 “운동을 하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좋은 물질이 많이 나와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호르몬들은 학교에서 소위 ‘문제 학생’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50여년 전, 필자 또래의 우리나라 초중등학생들은 비록 가난하게 자랐지만 학교에서 여러 운동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체력과 사회성을 키웠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학교에 등교하면 친구들과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을 함께 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고 건강한 정신을 갖춰 나갔다.

하지만 베이비 붐 세대들이 부모가 된 뒤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아지고, 남부럽지 않게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교육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초중등학교에서 체육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부산발’ 아침운동 열풍은 앞으로 미래 세대를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교육이 부산교육청 정책 이름처럼 ‘체인지(體仁智)’를 지향하며 ‘체인지(change)’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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