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회 작년 46만명 감소
1970년대 이후 ‘역대 최대’
개신교 전반 교세 감소 심화

ⓒ천지일보 2023.05.16.
ⓒ천지일보 2023.05.1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개신교 교세도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나라에서 정한 종교가 없으나 전통적으로 개신교 국가로 인식돼 왔다. 이는 미국을 건국한 세력의 중심이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실제로 국교는 없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국민의 약 90%가 스스로를 개신교 신자라고 밝혔을 정도로 개신교의 전통은 유지돼왔다. 

하지만 올해 미국 내 최대 개신교단으로 꼽히는 남침례교(SBC)가 100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교인 감소세를 보이는 등 개신교 전반에서 교인 수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인용해 보도한 ‘라이프웨이 크리스천 리소스’ 보고서에 따르면 남침례교의 전체 교인 수는 지난 2021년 약 1368만명에서 2022년 1322만명으로 감소했다. 1년 사이 약 45만 7000명의 교인이 교회를 떠난 셈이다. 

남침례교회는 정점을 찍은 지난 2006년(1630만명) 이후 17년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43만 5632명의 교인 수가 줄어 교계에선 충격이란 반응이 흘러나왔다. 3년간 계속 감소세를 이어오던 남침례교는 급기야 지난해 1970년대 후반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교인 수를 기록했다. 

남침례교는 지난 2006년 교인 수가 무려 1630만명이었다. 교세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17년간 300만명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그만큼 교세 악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교인 수뿐 아니라 소속 교회 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남침례교 연례 교회 프로필 통계에 따르면 남침례교 회원교회는 2021년 4만 7614개에서 2022년 4만 7198개로 416개 감소했다. 여기에는 문을 닫은 교회와 여러 가지 이유로 교단을 떠나기로 결정한 교회들이 모두 포함됐다.

미국 내 주류 교단의 교세 감소는 팬데믹 이후 가속화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장로교회 총회인 PCUSA의 경우 2021년 소속 교인이 124만 535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30만 2043명)에 비하면 5만여명이 감소한 수치였다. 

한국 개신교계도 마찬가지다. 교세 감소 흐름은 이미 국내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국내 대형교단 중 한 곳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이후 무려 10만명 가까운 교인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감리교 교인 수는 120만 3824명이다. 2020년 130만 2968명보다 10만여명에 달하는 9만 9144명이 감소했다. 10년 전(158만 5503명)과 비교하면 교인 수는 무려 38만명 이상 급감했다. 

한국 교회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예장합동은 2022년 전년 대비(238만 2804명) 9만여명이 줄은 229만 2745명이었다. 예장통합 역시 3만 4005명이 감소한 235만 8914명이었다. 역시 7년 전(281만 574명)과 비교하면 15%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6개 교단(합동, 통합, 고신, 합신, 기장, 기감)을 모두 합하면 총 교인 수는 688만 1766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4만여명이 줄었다.

개신의 교세 감소는 탈종교 현상과도 맞물린다. 이미 종교사회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이라는 용어로 칭하고 있다. 영적인 개념에 관심은 분명 있지만 제도권 종교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개신교 신앙을 하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청년 교인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8월 일반 대학생 1000명, 개신교 대학생 3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대학생 10명 중 4명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팬데믹 사태로 인한 비대면 예배 활성화 등 기존 교회 운영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대학교에 재학 중인 개신교인 김하나(27, 여)씨는 “팬데믹 이후에 대면 예배로 드린 적이 한번도 없다”며 “온라인 예배로만 드리다보니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게 너무 어색하다”며 온라인을 더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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