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70~120kg 정도로 소형차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 전 세계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은 연간 약 20억톤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양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2.3기가톤이다.

그래서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2006년에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축산업’을 지목한 바 있다. 실제로 2014년 네이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공장이나 석탄을 때는 발전소,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육류 수요의 증가로 반추동물의 숫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반추동물은 약 32억 마리였는데 현재 전 세계의 가축 수는 280억 마리에 달한다. 이 수는 인간(34%)을 제외한 전 세계 동물의 62%를 차지하는 양이기도 하다. 인간과 가축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수는 불과 4%에 불과한 셈이다.

더구나 소 키우느라 숲을 없애는 것도 기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가축 사육이나 사료 재배에 필요한 공간 확보를 위해 열대우림을 비롯 지구촌 숲 곳곳이 불태워지고 있다. 2019년 여름 아마존 밀림에서 발생한 지구촌 최악의 대형산불 역시 가뭄과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 목축업자들이 목초지를 개발하기 위해 일으킨 방화라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아마존 우림을 목초지로 만드는 방식은 몇 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숲 속에서 토지의 위치를 확인한 뒤 이곳을 불법 점유해 벌목을 하고 선주민들을 내쫓는다. 이후 개간을 위해 불을 지르고 목초를 심어 가축을 들여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숲은 점점 목초지로 바뀐다. 이런 추세로 현재 세계는 1분마다 축구장 27개 크기의 삼림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지구의 허파’로 불리던 아마존 숲은 3분의 1 이상이 숲의 기능을 상실해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보다 더 많이 뱉어내는 것으로 최근 조사 됐다. 지구환경 연구 국제프로그램인 ‘미래 지구(Future Earth)’에 따르면 아마존 숲의 38%가 인간 활동이 유발한 다양한 방해로 저하돼 숲이 완전히 파괴된 것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지역에서 이뤄지는 삼림벌채의 80%를 차지하는 소의 목축이 끼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그래서 소 방귀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유럽의 낙농국을 중심으로 일명 ‘방귀세(Fart Tax)’라는 것을 만들어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생겨난 것이다.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화비용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방귀세에 이어 최근에는 ‘육류세(Meat Tax)’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유럽 일부 나라에서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간단하게 말해 메탄가스를 많이 내뿜는 양과 소의 고기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단과 방법보다 더 강력한 효과는 바로 ‘붉은 고기’를 안 먹거나 줄이는 것이다. 육류 소비를 줄여 가축수를 줄이고 오염원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메탄 억제 수단이다. 하버드대의 헬렌 하워트 박사는 동물 공급원 대신 식물 공급원에서 단백질을 얻는 것이 기후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워트 박사는 동물성 단백질을 점차 식물 유래 단백질로 대체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현재 가축 수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축할 것. 둘째, 쇠고기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식품부터 우유나 돼지고기 같은 축산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할 것. 셋째, 온실가스 방출 목표와 토지 사용, 공중보건상의 이익을 포함한 다양한 범위의 기준에 적합한 대체 제품 평가이다.

20년 동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85배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 가축 부문의 메탄 방출량은 2030년까지 60%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 방귀와의 전쟁을 할 것이 아니라 소고기와의 전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