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년간 단속 70% 책임
수사권조정·검수완박 영향
수치상으론 크게 확인 안 돼
공백 우려 완전히 없애려면
“검경보단 전문청 설치해야”

마약 수사는 올해 최고 이슈 중 하나다. 배우 유아인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 등을 비롯해 ‘마약 음료 사건’ 등 마약범죄까지 마약 관련 소식이 끊기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으로 마약 수사에 공백이 생겨 범죄가 더 판을 쳤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그러나 경찰이 주도한 마약 수사에서 검찰 영향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말 마약 수사 관련 공백이 있었는지를 짚어봤다.

압수한 마약류. (제공: 경찰청) ⓒ천지일보 2023.05.03.
압수한 마약류. (제공: 경찰청) ⓒ천지일보 2023.05.03.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지난 정부에서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온 검찰의 손발을 잘랐다. 그 결과 마약을 거래·유통하고 흡입하는 데 있어서 위험비용이 대단히 낮아졌다.”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 말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이 마약 수사를 못 하게 되면서 마약범죄가 확산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마약·민생침해범죄 총력대응’이라는 보도자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마약류 수사개시 범위가 마약류 소지·투약·국내유통은 제외되고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만으로 대폭 축소됐다”며 “대규모 마약류 국내 유통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한되면서 국가 전체의 마약 통제역량 약화, 마약류 범죄 대응 공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마약 수사를 하던 강력부가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된 점도 역량을 약화한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언급한 한 장관의 발언 역시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최근 몇 년간 계획, 절제, 계산되지 않은 수사기관 재편 과정에서 공백이 생겼지만, 작년부터 검경이 똘똘 뭉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많이 잡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소개한 발언과 묶어 생각해보면, 주된 역할을 했던 검찰의 손발이 몇 년 새 정밀한 계산 없이 묶이면서 마약 수사 공백을 초래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는 취지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담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2
검경수사권 조정안 관련 이미지. ⓒ천지일보DB

◆“마약 수사 역량 약화는 다소 과장”

하지만 마약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본지에 “(검찰 수사권 영향으로 인한) 마약 수사 공백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마약수사는 경찰이 70% 검찰이 20% 관세청이 10%를 맡았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마약범죄는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검찰은 경찰 검거 송치 사건을 재탕한 부분도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수사구조개혁 업무를 맡았던 한 경찰 관계자도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수사 역량이 약화했다는 것은 다소 과장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가수사본부 마약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저희 경찰은 경찰의 수사를 하는 거고, 법이 개정돼 검찰이 수사를 못 하는 것은 저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저희가 계속 열심히 해 마약 검거 인원과 압수물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지난 1월 30일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결과 5702명 검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집중단속 시행 결과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 등 총 5702명을 검거해 이 중 79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125명 대비 38.2% 증가한 결과라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본 경찰의 작년 검거 인원은 총 1만 2387명으로, 2021년 1만 626명보다 16.6%(1761명)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 검거 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1.

◆검찰·경찰 마약 단속 건수 직접 비교

검찰과 경찰 마약 수사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 위해 본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기 전인 2020년과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검수완박과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 엎치락뒤치락했던 2022년의 기관별 마약범죄 단속 건수를 확인해봤다. 

먼저 대검찰청 2021년 마약류범죄백서의 기관별 단속내역에 따르면 해당년도 검찰이 단속한 마약사범은 5684명, 경찰이 단속한 사범은 1만 469명이다. 단속 점유율은 검찰 35.2%, 경찰 64.8%다. 밀수사범으로 한정하면 검찰 46.7%(377명) 경찰 53.3%(430명)로 폭이 좁혀지긴 한다.

2022년 검찰이 단속한 정확한 인원수는 알 수 없다. 다만 검찰이 발표한 2022년 12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2022년 마약류 단속 누계를 보면 전체 단속자 수는 총 1만 8395명이다. 

여기에 경찰이 발표한 1만 2387명을 빼면 6008명이 나온다. 관세청의 검거 숫자를 따로 표기하지 않은 2021년 마약류범죄백서처럼 저 수를 모두 검찰이 검거한 숫자라고 임의로 계산한다면, 경찰의 점유율은 67.3%, 검찰의 점유율은 32.7%로 볼 수 있다.

비율로만 따지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2020년도 큰 차이는 없다. 2020년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검찰이 단속한 마약사범은 5974명, 경찰이 단속한 사범은 1만 2076명이다. 단속 점유율은 검찰 33.1%, 경찰 66.9%다. 

다만 밀수사범 검거내용은 차이가 났다. 대검은 “밀수사범은 공·항만 유입 마약류에 대한 검찰·세관의 집중적인 공조 수사로 밀수사범 837명 중 검찰이 720명을 적발해 86.0%를 점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검의 표현대로 세관과 검찰이 적극 공조한 결과라는 점, 밀수사범의 절대적 숫자는 2021년과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수치상으론 검찰의 수사 공백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경찰의 높은 점유율과 관련 윤 교수는 “경찰은 마약수사대와 국제범죄수사대, 정보과, 지구대 요원, 인터폴 공조 등을 통한 첩보 수집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마약류 사범 기관별 단속 현황. (제공: 대검찰청)
2021년 마약류 사범 기관별 단속 현황. (제공: 대검찰청)

◆“마약수사청 만들어야 공백 無”

그런데도 마약 수사의 공백이 있다면, 한 장관 언급대로 수사기관 재편과정에서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어느 특정 기관의 수사 확대보다는 마약 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기관을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0일 대검은 경찰청과 관세청,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시가 함께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정부는 “여러 기관이 각자 수사해도 근절하기 어려운 마약범죄에 적극 대응하고자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마약 수사의 지휘 본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기관마다 잘할 부분이 다른 만큼 정부의 역량을 모으는 일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비상설 기구라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며, ‘마약수사청’ 같은 역량을 집결할 전문기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미국 DEA(마약단속국)처럼 마약수사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관부서를 어디로 할지를 놓고 갈등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국무총리 산하로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실 마약범죄 전문 변호사도 마약수사청 같은 기관 창설 여부에 대해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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