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원복도 검수완박도 ‘미완’ 목소리… 양측이 말하는 이유는
법무·검찰 “작년 마약 사범 역대 최악… 시행령에 수사 역량 회복”
참여연대·민변 “국회, 수사·기소 분리 이행해 검찰 개혁 완성해야”

검찰 수사권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든 모두 아직 미완성이라는 목소리가 양측에서 나온다.  검수완박을 완성하려는 이유와 검수원복을 완전히 이루려는 이유를 짚어본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이 10일 필로폰 및 총기류를 국내로 들여온 마약 및 총기 밀수사범을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압수한 필로폰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이 10일 필로폰 및 총기류를 국내로 들여온 마약 및 총기 밀수사범을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압수한 필로폰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된 2022년 9월과 마찬가지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더욱더 완벽한 검수원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법무부·검찰은 수사 공백을 꼽는다. 

지난해 검수원복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때부터 법무부는 시행령의 목적이 수사 공백 예방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입법예고 보도자료에만 ‘공백’이라는 단어가 6번이 등장한다. 범죄 대응 또는 수사의 ‘역량 약화’라는 표현도 8번 나온다. 

법무부는 단순히 표현상으로만 우려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법무부가 내놓은 부패범죄 수사 현황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한 부패범죄는 2018년 2528건이었다가 2019년 2145건, 2020년 1900건, 2021년 1519건 등 해마다 줄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변호사 설문조사도 인용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변호사의 73.5%가 경찰 단계에서 조사지연 사례를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작업반(Working Group on Bribery in International

Business Transactions, WGB)가 한국의 부패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했다는 서한도 공개했다. 

마야 사범과 압수량 증가 추이. (제공: 대검찰청)
마야 사범과 압수량 증가 추이. (제공: 대검찰청)

◆마약·위증·무고 등 수사 공백 강조

여러 범죄 중에서도 정부가 초점을 맞춘 범죄는 마약 범죄다. 

시행령 입법 당시에도 법무부는 2020년 수사권 조정 1만 8050명을 적발했던 마약 사범이 2021년 수사권 조정 후 1만 6153명으로 약 11% 줄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시행 이후에도 법무부는 “2022년 상반기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전년 동기(7562명) 대비 13.4% 증가했다”며 “특히 공급사범(밀수·밀매·밀조 등)은 2437명으로 전년 동기(1835명) 대비 32.8%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1년 압수한 마약류의 시가는 1조 8400억원 상당으로 2017년의 8배 이상 급증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마약 청정국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5000만명 기준 1만명) 이하인 국가로,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마약사범이 1만명을 초과해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상태”라며 “현시점은 오랜 기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 왔던 대한민국이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하게 될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게 될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10일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다고 밝히면서 “2015년 마약청정국 지위 상실 이래 마약사범 급증으로 2022년 역대 최악(1만 8395명)에 이르는 등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설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3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시행령 쿠데타’가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질문에 “위증·무고·깡패·마약수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걸 다시 국민이 피해보도록 되돌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 장관이 언급한 위증·무고 관련 검찰은 지난 2월 14일 보도자료를 따로 배포해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해당 범죄를 60~70% 더 적발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검은 “개정법 시행 후 ‘혐의없음 사건’이 경찰에서 ‘불송치’됨에 따라 2021년 검찰이 무고로 입건한 인원은 전년 대비 71.5% 급감(504명 감소)한 반면, 경찰에서 무고로 입건한 인원은 29명 증가에 그쳐 ‘무고 범죄 처벌에 공백’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무고 사범 입건 수가 2022년 상반기 48명에서 하반기엔 68.8% 증가한 81명으로 늘었다고 자평했다.

위증에 대해서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범죄’에 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가 포함됨에 따라 검찰 직접 수사를 적극 실시한 결과 위증 사범은 2022년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위증 사범 입건 수가 59.2% 증가(191명→304명)했다”고 홍보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3.23.

◆“헌재가 수사권 축소 정당성 확인”

검수완박을 더 가열 차게 완성해야 한다는 측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의 정당성이 확인됐고, 국회가 검찰 수사권이 한시적이라고 합의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헌재의 검수완박 법안 유지 결정이 나온 후 참여연대는 “헌법에 검사의 영장 신청이 명시됐다는 점만을 근거로 확대 해석해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라던 검찰의 오랜 궤변이 헌재의 결정을 통해 부인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검사의 영장 신청 조항은 검사의 수사권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수사권은 물론 소추권까지도 검찰청이란 조직의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 입법 사항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짚었다.

한 장관을 향해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책을 수행해야 할 행정부의 일원으로써 이번 권한쟁의심판 등으로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입법과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축소하도록 위헌적 시행령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수사권·소추권은 검사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헌법이 검사에게 그 권한을 독점하게 하지 않았으며,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22년 4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22년 4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2

◆“수사·기소 분리 합의 이행해야”

국회를 향해선 수사·기소를 분리하기로 했던 합의를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도 집권여당 시절 제대로 된 개혁을 미루다가, 대선 패배 후 뒤늦게야 수사권 조정 법 처리 속도에만 집착해 ‘등’과 ‘중’ 논란을 일으킬 만큼 허술한 법안의 졸속추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며 “법사위에서의 눈 가리고 아웅 식 ‘위장 탈당’은 헌재조차도 부당성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또한 관련 의장 중재안에 합의까지 했음에도 윤석열 당선자의 눈치를 보고 일방적으로 파기해 국회 권위를 스스로 손상했고, 형사사법개혁에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애초 국회는 검사의 직무권한에서 범죄수사권을 제외하는 법률안 원안을 발의했으나, 2022년 4월 22일 국회의장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며칠 만에 기류가 뒤바뀌면서 국민의힘은 합의를 파기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전하고 있는 국회 형사사법개혁특위를 재가동해, 미완의 수사기소 분리 등 검경개혁을 완수하고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현재 검찰개혁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 불과 1년 전 국회에서의 합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국회는 그동안 중단된 사개특위를 정상화하고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를 신속히 완성하라”고 주문했다.

민변은 “시한을 못 박지 않은 계획은 정쟁을 유발하고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헌재는 국민의힘 소속 청구인들이 입법과정에서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았음에도 스스로 표결이나 토론에 참여하지 않거나 의사절차진행에 협조하지 않아 실질적인 토론 등이 진행되지 못한 것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제 국회도 더이상 정쟁이 아니라,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검찰의 한시적인 수사권을 대통령령에 의해 무한히 확장하는 ‘시행령 통치’로써 검찰독재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권한쟁의를 통해 검찰개혁을 지연시키고, 국회의 입법권과 삼권분립의 건국이념까지 부정하는 것을 멈추고, 그간의 잘못된 시행령 통치를 철회하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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