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야구 시즌 오프닝이나 올스타전 등에서 시구를 하는 것은 관례이다. 야구팬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대통령의 시구에 큰 관심을 보인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구자로 나섰다.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시구 모습을 놓고 보수, 진보 언론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마운드에 서는 장면부터 구질까지를 자세하게 묘사해 보도했다. “시구한 대통령 중에선 윤 대통령이 투구 폼이나 구질에서 가장 나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거나 원바운드 볼을 던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까지 인용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시구와 비교하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했다는 윤 대통령의 말부터 윤 대통령이 어떻게 유명 야구 선수와 인연을 맺었는지 상세한 보도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진보 언론매체 경향신문은 같은 날짜 신문에서 “윤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처음 열리는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것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저널리즘 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두 신문의 대통령 시구 기사 분석을 통해 ‘다만 대통령 시구 내용을 다룬 다른 매체 보도와 비교하면 조선일보 보도는 중요한 어떤 맥락을 감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 진보 언론의 이러한 시각차를 보면서 우리 언론들의 이념적 지향성이 갈수록 심화해가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념적 선험성을 앞세워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시구만해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이전만 해도 대통령 시구는 보수, 진보 매체들 모두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기사화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야 무한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이번 대통령 시구를 놓고도 보수, 진보 매체 간 기사 논점이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대통령 시구는 국민들과의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중 하나이며, 대통령이 야구 시즌을 시작하는 시구를 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야구의 열기를 느끼며 활력을 나눌 수 있다. 대통령이 시구를 맡는 순간은 그만큼 책임도 크다.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시구할 때는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나 태도가 논란이 되면 나라의 이미지와 대통령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야구 시즌을 시작하는 시구를 할 때에는, 야구의 열기와 활기를 담은 발언을 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언급하거나, 국민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면서 야구 경기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다.

대통령 시구까지 정치적 색깔을 입혀 보도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대통령 시구를 미국에서 1900년대 초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이 처음 할 때는 지금처럼 투수 마운드에서 하지 않고 관중석에서 볼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관중들과 함께 소통하며 일체감을 갖기 위한 의식이었던 것이다. 국민들과의 소통과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의 장이기도 한 대통령 시구를 왜곡하거나 이념의 잣대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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