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아”
가치 부여 ‘그린슈머’ 늘어나
93% “가격 더 비싸도 산다”
기업 “수출·매출에 영향 커”

메가MGC커피는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면서 탄소 중립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제공: 메가MGC커피)
메가MGC커피는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면서 탄소 중립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제공: 메가MGC커피)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기업이라고 해서 이윤추구만을 위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그 외에도 옳은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들을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어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친환경이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가치소비’를 실현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기업에게는 더 중요한 전략이고 요소가 될 수밖에 없죠.”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유통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처럼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만큼 다양한 브랜드가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이 20~6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제품 선택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약 82%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 역시 93%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왕 제품을 구입한다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미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친환경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어서(79.8%, 복수 응답)’ ‘미래 세대에 도움이 돼서(55.5%)’ 등을 많이 꼽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물건을 하나 사고 어딜 지나가거나 할 때 저도 친환경이라는 부분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소비자들도 친환경에 대해 크게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면서도 “최근 소비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친환경에 대한 작은 실천들을 하는 사례들을 직접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맞춰가는 게 실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있는 유통 업체들”이라며 “인식이 변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춰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부연했다.

2021년 성장관리 애플리케이션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8명이 스스로를 ‘가치소비자’라고 응답했다. 이같이 소비자들은 이제 스스로 나서서 친환경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2022년 2월 국내소비재 수출 기업 40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1.3%가 “친환경 트렌드가 수출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브랜드 등의 위주가 아니라 ‘가치’에 더 집중돼 있고 이에 따라 기업도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친환경 포장재가 적용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알맹상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각 사 제공)
친환경 포장재가 적용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알맹상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각 사 제공)

가격표가 아닌 친환경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그린슈머(그린+컨슈머,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간다. 특히 소비자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추세다.

메가MGC커피는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에 참여하며 친환경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는 정부에서 탄소중립 생활을 확산하기 위해 친환경 활동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다. 메가MGC커피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2월 말부터 일회용컵을 대신해 텀블러(개인컵) 사용 시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음료 1개당 300원의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지급받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선택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시행 초기지만 텀블러를 이용한 주문량이 3월 대비 4월에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인쇄 방식 변경으로 친환경 흐름에 동참했다. 기존 유성 잉크가 아닌 친환경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플렉소 인쇄로 신제품 포장재를 만들었다. 플렉소 인쇄는 유해 화학물 유기용제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감해 탄소중립 효과를 높인다. 롯데웰푸드는 인쇄 설비를 갖추고 추후 출시될 신제품도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할 예정이다.

검소한 생활을 장려하고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방식도 존재한다. 알맹상점은 순수하게 내용물만 리필하는 곳으로 국내에서 처음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했다. 알맹상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개별 포장된 물건이 없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담아 갈 여분의 포장재를 가져와야 한다. 판매되는 물건들도 친환경 인증을 거쳐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에도 신념과 가치가 투영되면서 사회적, 윤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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