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남쪽 물 퍼오는 中 남수북조
공공재인 물 확보 사업으로
한국 포함 범아시아 영향권

산업화로 물 부족 국가된 한국
국가 간 물 분쟁·갈등 확대 속
“안보 위해 국가역량 발휘해야”

19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싼샤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중국 수리부는 양쯔강 상류에서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하면서 이번 주에 40년 만에 가장 많은 물이 상류에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의 물 유입량은 초당 7만4000㎥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뉴시스)
19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싼샤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중국 수리부는 양쯔강 상류에서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하면서 이번 주에 40년 만에 가장 많은 물이 상류에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의 물 유입량은 초당 7만4000㎥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뉴시스)

[핵심요약]

◆지구촌 분쟁 원인되는 물 부족 문제

지정학적으로 물 문제는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한정된 물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대표적 사례가 수십년에 걸쳐 남쪽의 물을 끌어다 북쪽에 공급하는 중국의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이다. 이로 인해 중국 사이에 서해를 둔 우리나라뿐 아니라 7000만명 이상의 ‘젖줄’ 메콩강이 흐르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 등 동남아 국가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공공재이자 수자원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물 문제 규율할 국제적 틀 마련해야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를 물 부족 국가 타이틀과 맞바꿨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주도 국가 중 하나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후원을 받던 나라에서 후원하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다. 물 문제를 국제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나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작게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규율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 문제는 이제 단순히 물 절약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지난달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유엔 물 총회(Water Conference)가 개최됐다. 유엔이 물 문제를 논의하는 총회를 개최한 것은 1977년 아르헨티나 다르 델 플라타 회의 이후 46년 만이다. 각국 정상 12명과 장관 100여명 등 총 6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물 부족 문제와 깨끗한 식수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만큼 지구상의 물 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국제적 협력의 틀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여전히 캠페인성 대안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석유의 고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집중한다. 석유의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진다. 심각성으로 볼 때 물은 석유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세계는 재생되지 않는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공동 대응을 하고 있지만, 물의 경우 부족과 고갈 자원의 새로운 문제로 이미 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대응을 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물 관리 체계가 없다.

◆생명 유지에 가장 소중한 물

우리는 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을 ‘돈을 물 쓰듯 한다’, 일에 실패할 경우 ‘물먹었다’, 관계성을 강조할 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 등 물을 표현한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도 건강을 위해 물을 많이 자주 마셔야 한다고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음용량은 2ℓ 이상이다. 대체로 자기 몸무게에 0.03을 곱하면 나온다. 이렇게 마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상태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 물이 많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3/4은 물이다. 인간을 비롯해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 70~80%를 물이 차지한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소중한 물질이다. 지구상의 물은 질량 불변의 법칙이 작동하고 같은 양의 물이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대기권 안에 존재한다. 바닷물은 97.5%이며 민물은 2.5%다. 민물 가운데 인간이 사용하는 물은 0.27%에 불과하다. 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지표다.

◆중국 물 사업에 영향받는 주변국

지정학적으로 물 문제는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물길을 따라 발전하고 물길이 없어지면 소멸하기도 했다.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한정된 물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함께 각종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의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물 분쟁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이다. 중국은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중국 영토 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전 세계의 6~7%에 불과하다. 가파른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인해 물 수요는 급증한 반면 물 공급은 제자리에 머물렀으니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남수북조 사업은 수십년에 걸쳐 남쪽의 물을 끌어다 북쪽에 공급하는 중국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양쯔강의 물을 산둥성으로 공급하는 사업과 황허를 지나 베이징과 톈진으로 연결하는 사업은 이미 마무리됐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양쯔강을 통해 흐르던 물길 가운데 엄청난 양이 황허를 통해 우리나라 서해로 흘러들고 있다. 인위적 변화다. 서해의 수온과 수자원의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리고 티베트 고원의 물을 중국 내륙으로 끌어오는 대규모 사업도 진행 중이다.

◆동아시아 지역까지 ‘물 블랙홀’

중국의 남수북조 사업은 동아시아 지역의 ‘물 블랙홀’이 되고 있다. 티베트의 수원은 인도의 갠지스강과 메콩강에 물을 공급한다. 끊이지 않는 인도와 중국의 국경분쟁은 물 문제에서 비롯하는데 티베트 고원 물 개발사업으로 갠지스강의 수위가 낮아지게 되면 심각한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가뭄 겪는 태국 우본랏차타니의 메콩강 일대 항공사진. (신화/뉴시스)
가뭄 겪는 태국 우본랏차타니의 메콩강 일대 항공사진. (신화/뉴시스)

메콩강은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의 젖줄이다. 이 지역의 7000만명 이상이 ‘젖줄’ 메콩강에 의존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에 들어서야 경제발전 궤도에 들어서고 있어 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될 텐데, 수자원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의 계속되는 댐 개발로 인해 메콩강의 하상이 높아지고 홍수와 가뭄이 늘고 있다는 것이 동남아 국가들의 주장이다. 물론 중국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수자원 활용에 대한 국제적 규율이 부재한 가운데 수십년에 걸쳐 장기 사업으로 진행됨에 따른 영향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내부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물을 확보하는 것은 누구도 뭐라 할 것이 없다. 오히려 그 방법론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지정학적으로 물길이 한 나라만을 통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물길은 국가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따라서 물은 국제적 공공재다. 때로는 국경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압록강이나 두만강같이 국경선을 만들기도 한다. 공공재를 자기만 이용하기 위해 자기집에 가둬 두면 이기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강제적 규율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진다. 물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공공재와 관련한 규율이 존재하지 않음에 따른 이기적 행동들이 국제적 물 안보 문제를 야기한다.

◆물 편재 심화시키는 기후변화

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물의 지구상 편재를 심화시킨다. 기후변화로 지구상의 물순환이 바뀌고 있음에도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놓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부족하고 오염된 물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힘있는 나라에서 자기만을 위해 물을 끌어다 쓰면 주변나라들은 물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국제적 규율을 가동시키지 못한다면 이러한 편재 현상은 가속될 수밖에 없으며 국가 간 분쟁과 갈등은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를 물 부족 국가 타이틀과 맞바꿨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다가 시원한 수돗물에 입을 대고 마시던 시절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생수 가격이 석유 가격에 버금간다. 남북한을 흐르는 물길은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대립으로 인해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남북한 간에 사전 통보에 대한 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지역 임진강 상류의 무단 방류로 남한지역의 임진강 하류에서는 때아닌 물난리를 겪기도 한다. 국민의 성금을 모아 엄청난 규모의 댐을 만들었던 권위주의 시절의 기억도 생생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많은 물을 담기 위해 시작된 4대강 사업은 정치적 갈등으로 길을 잃었다. 올해 초의 가뭄 때문에 4대강의 보를 다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회자되는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뿐이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주도 국가 중 하나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후원을 받던 나라에서 후원하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다. 물 문제를 국제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나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작게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규율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 문제는 이제 단순히 물 절약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지만,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주도적으로 총대를 메려고 하는 주체가 없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용어설명]

◆남수북조

남수북조(南水北調)는 남부의 수자원을 북부로 보낸다는 뜻으로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진행하는 중국 최대 토목공사 프로젝트다. 양쯔강의 물을 황하까지 보내기 위해 기존의 대운하를 포함한 3개 수로를 건설하게 된다. 2000년대 초 시작돼 상하이에서 양저우를 거쳐 텐진, 베이징으로 향하는 수로와 단장커우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수로 2곳은 이미 공사를 마쳤다. 그중 동선은 대운하를 확장해 톈진에 물을 공급한다. 중선은 양쯔 강의 지류인 한강(한수이)의 단장커우 저수지에서 베이징까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로다. 중력의 힘으로 펌프 없이 물을 공급하며 황하를 하저 도수터널로 통과한다. 2010년경 완공돼 2014년부터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 단장커우 저수지보다 하류의 한강 수량이 2/3로 줄어들면서 환경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중국은 장기계획으로 싼샤 댐부터 단장커우 저수지까지 수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서선은 양쯔 강 상류 통톈 강, 야룽 강, 다두허에서 황하의 수원을 말한다.

◆메콩강

메콩강(Mekong)은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자 10번째로 유수량이 많은 강이다. 길이는 약 4020㎞, 유역 면적은 79만 5000㎢이다. 티베트에서 시작된 메콩강은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이 영향권에 들어간 직·간접 물 수요 인구만 20억명에 달한다.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지역인 대부분의 국가는 물 공급이 필수적인 쌀에 의존한다. 동남아시아의 절대적인 수자원이자 ‘젖줄’인 셈이다. 메콩강의 수역 중 절반 정도는 중국에 있으며 티베트에서는 그 상부 지류를 자추(扎曲)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절에 따른 유량의 변화가 심하고 급류와 폭포가 많아 항해에 어려움이 많다. 중국과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메콩강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닝난현의 바이허탄 수력발전 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신화/뉴시스)
중국 쓰촨성 닝난현의 바이허탄 수력발전 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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