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헐벗는 극심한 식량난에도
딸 김주애 활용한 김정은 속내
“미국과 대화 재개 원하는 듯”

대북 압박‧강경대응 효과 발휘
“위기‧불안감↑ 이젠 관리 단계”

지난 9일 조선중앙TV가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지나며 주요부대 군기를 사열하는 모습. 뒷편에 김 위원장의 부인리 설주 여사가 뒤따르고 있다(왼쪽). 화성 17형 발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해당 영상 화면캡처)
지난 9일 조선중앙TV가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지나며 주요부대 군기를 사열하는 모습. 뒷편에 김 위원장의 부인리 설주 여사가 뒤따르고 있다(왼쪽). 화성 17형 발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해당 영상 화면캡처)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핵심요약]

◆북한의 도발이 보이는 시그널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놓고 군사적 위협에 대해 불안감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냉정하게 봐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나올 것이며, 적신호가 들어온 군사안보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지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에 대해 무관심 또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일종의 안보 불감증이다.

◆“한반도 안보문제 컨트롤할 때”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기감이나 불안감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강경일변도가 아니라 강온양면책을 구사하면서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안보문제를 컨트롤해 나가야 한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안보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북한은 연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자신들의 무기체계가 완성됐고, 자신들을 건드리면 다친다는 식의 힘 과시를 이어가고 있다. 화성 17형 장거리 미사일, 고체연료를 이용한 ICBM, 대형 방사포 및 전략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겁을 주고 있다. 지난 7일에 있었던 북한군 창건(건군절) 75돌 행사에서는 훈장을 단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군사 퍼레이드와 공중쇼 등을 벌였다.

주민들은 굶고 있다는 소식이 늘고 있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이나 쏘고, 군사퍼레이드를 포함한 화려한 행사나 하고 있는 북한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과격한 행동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결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놓고 군사적 위협에 대해 불안감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냉정하게 봐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나올 것이며, 적신호가 들어온 군사안보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지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에 대해 무관심 또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일종의 안보 불감증이다.

◆北 경제난 심각해도 미사일 도발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통해 몇 가지 점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이 다급해 보인다. 북한 내부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국경폐쇄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북한경제는 바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주민들의 헐벗음은 심해지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수많은 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던 식량난은 3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생산이 갑자기 줄어든 상태에서 배급제가 무너지고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식량난이 발생했다.

그런데 현재의 북한 식량문제는 경제문제다. 북한은 2000년대 이후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북한사람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돈 주고 먹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북한의 연간 알곡생산량은 약 450~500만톤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하루 400g의 알곡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2500만명이 하루 1만톤, 일년에 365만톤이 필요하다. 여기에 종자와 공업용 원료 등 100만톤을 추가하면 연간 450~500만톤이면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아도 최저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추정되는 양과 유사하다. 따라서 배급의 문제가 아니고 돈이 없어서 사 먹지 못하는 문제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즉 경제문제인 것이다. 코로나 시기 국경이 폐쇄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북한의 시장을 꽁꽁 얼어붙었고, 장사를 하다가 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가족단위로 길거리에 나앉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이 지경으로 가면 민심이 흉흉해지기 마련이다.

◆한미합동 훈련 경계하는 북한

대외적으로 미-중 간 전략경쟁이 강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 되는 가운데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강도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오랜 기간 공들여서 한미합동군사 훈련의 강도가 약화됐고, 한반도 안보시스템의 근간이었던 한미일 군사공조체제 역시 거의 와해 단계에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복원은 물론 강화되는 움직임이 있다. 북한은 오랜기간에 걸쳐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유명무실화를 추구해 왔으며, 한미일 공조체제의 와해를 겨냥해 왔다.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군사부문의 강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수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해 왔지만, 복원은 물론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에 위기감뿐 아니라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개발속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소위 ‘새로운 길’이라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오고 있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전력 보강 집중하는 북한

군사부문에서 북한은 5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극초음속 무기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2만 5000㎞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ICBM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가 그것이다. 이 과제들을 빠르게 완수하도록 독촉하고 있으며, 개발 단위들은 부족함에도 조금이라도 개발되면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마치 자신들을 건드리면 크게 다칠 것이라고 겁을 주듯이 말이다. 자기과시의 이면에는 열등감과 두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원하고 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된 행사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화성 17형 시험발사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건군절 행사에도 나타났다. 사실 화성 17형 시험발사보다 김주애의 등장이 더 주목을 받았는데, 건군절 행사 역시 김주애가 주인공이었다. 김주애의 등장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누구도 김주애를 활용하자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어린 딸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어린 자식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과의 대화 의지 간접 표현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다.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가 성사된 것도 북한이 2017년 11월 장거리 미사일 완성을 선언한 이후 가능했으며, 북한은 직접 대화 성사를 전후하여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스스로 선언했었다. 그리고 2019년 2월 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과의 관계는 장기성을 띠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생각이 변해서 북한과 대화에 나온다고 하기 전까지 자기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2022년 상반기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더니 급기야 김주애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더욱이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는 한국을 배제하는 방식인데, 한국이 다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기감이나 불안감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북한이 불안감을 느끼고 행동에 옮기고 있음이 그 증거다. 조금 더 압박과 강경기조를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강경일변도가 아니라 강온양면책을 구사하면서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안보문제를 컨트롤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을 통하지 않으면 국제사회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확실히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전략적 구상과 단기적으로 군사안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관리전술이 세밀하게 구사돼야 한다. 예전에 대북정책에 참여했던 분이 ‘사할 정도로 치열하고 세밀하게 한을 관리해야 한다’고 던 말이 기억난다.

[용어설명]

◆북한 건군절

북한에서 인민군을 창설한 날인 기념하는 날이다. 북한의 정규군인 조선인민군은 1948년에 창립됐고, 올해 75주년을 맞았다. 항일 유격대가 결성된 해인 1932년을 건군절의 시작으로 삼아서 지난해에는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병식을 진행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한미합동훈련 또는 한미연합훈련 또는 미한연합훈련이라고 명칭한다.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 발발가능한 상황을 전제하고 전쟁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양국 연합훈련의 통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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