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지난 5일 한일우호국민협의회(김홍규 초대의장)가 발족돼 창립총회를 거행했다. 한일우호국민협의회를 단체명에서 보듯이 ‘한국과 일본의 우호증진을 위해 국민이 구성한 협의회’라고 보면 된다. 한일 양국이 주재 전권대사급 외교관계를 전제하자면 국가 간 얼마든지 직접 소통할 채널이 충분하지만 지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로 과연 58여년간 자유민주진영의 우방국으로서 화해와 신뢰를 구축해 왔는가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한일외교갈등의 평행선에는 양국의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는 정치역사적 문제가 상존해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지정학적으로 영구불변한 이웃국가인 일본을 상대로 끊임없는 외교갈등을 유발한다면 신냉전시대에 국익의 불합리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 관계는 상호 양해를 바탕으로 선린우호로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의 자국정치상황에 따라 정치적 합의를 재해석하고 왜곡하고 편견을 반복하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우선 과거피해에 대한 한일 양국의 배상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고, 일본정부의 피해보상에서 직접적인 보상은 미비하고 과거사 만행을 부정하는 견해가 걸림돌로 있다. 전범국(戰犯國)의 반성을 무시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과 독도영유권의 억지주장 그리고 식민지 강제지배에 대한 일본 정치인의 망언(妄言)과 아시아의 피해국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욱일기의 망동(妄動) 등으로 화해와 신뢰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치행태가 주는 이중성(二重性)에 대해 긴장을 풀지 못하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정치지도자뿐만 아니라 국민조차도 상호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점에 공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의 안보위협이 증가될수록 한일이 긴밀히 협력을 할 필요가 증대되고 있다. 공동의 적위협에 직면할 경우에는 적대적 관계의 국가 간 더 가까이 협력하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은 국가생존의 외교술이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이 성공한다면 ‘제9번째 핵국가(核國家)’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동시에 한일은 북방으로 러·중·북의 핵무장국가를 상대하는 최악의 안보위기상황이 전개되면서 한·미·일 3국의 안보동맹차원으로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의 ‘불균형의 불균형(Unbalance of Unbalance)’으로 안보위기를 맞게 된다. 이제 한일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협력을 열어야만 하는 절박한 위기시대를 앞에 두고 더 이상 갈등은 없어야 한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윤석열 보수정부가 집권하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선제적 결행으로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불통(不通)의 반일외교를 벗어나고 있다. 금년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하면서 “복합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차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5~16일 전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결단은 윤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국익차원의 용단이었다는 좋은 평가가 있다.

한일 양국은 정치 갈등의 여파로 가까운 이웃국가의 국민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반한감정’과 ‘반일감정’이 생성돼 정상적인 교류가 제한돼 왔다. 오히려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 될수록 국민이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일 양국민이 소통을 통해 존중과 배려 및 신뢰를 회복한다면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망언·망발을 자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에서 ‘우호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 맡겼던 한일우호를 양국민이 나서서 교류와 신뢰회복 그리고 국가적 사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서 제언하자는 설립 취지는 합리적이다. 성숙한 ‘한일우호’는 곧 국가안보가 되고, 경제안보가 되기에 한일 양국의 국민적 우호증진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확신한다. 우리 속담에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북핵 위기시대에 가까운 이웃 일본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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