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로 中전화번호 변작해
학부모 협박 등에 이용하기도
교육당국 마약 예방교육 강화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찰이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전달한 혐의를 받는 2명을 검거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을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사건을 꾸민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오후 4시 41분께 강원 원주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2시 48분께 인천에서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학부모 협박에 사용된 전화번호 중계기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와 B씨에게 각각 마약류관리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마약 음료를 강원 원주에서 제조한 후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운반해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A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중국에서 넘어온 빈 병에 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번호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중국에서 걸려온 인터넷 전화를 중계기를 이용해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 학부모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역추적해 이를 파악했다.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은 통화 상대의 어투를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경찰은 중국 등에서의 배후 조직이 있는지도 추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빈 병이 공급됐던 점에 따라 경찰은 중국 당국에도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범행에 쓰인 음료수 사진. (출처: 뉴시스)
서울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범행에 쓰인 음료수 사진. (출처: 뉴시스)

앞서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일대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고 음료를 나눠준 일당 4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이 건넨 음료에는 마약 성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음료를 나눠준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100병의 마약 음료를 2명씩 2개조로 나눠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무료 시음 행사 형태로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마약 복용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의 금품 요구 협박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교육당국은 마약 예방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포함한 유해약물 일상·특별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각 학교에는 1학기 중으로 학생 대상 마약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교육부도 경찰청에서 제작한 카드뉴스를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급 학교·학원에 안내하도록 하고, 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홍보를 실시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섰다.

카드뉴스에는 ‘강남 마약 음료 사건’ 사례와 함께 타인이 제공하는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은 음료수 등은 절대 마시지 말고 유사한 의심사례 발생 시 곧바로 112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마약을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할 때 이번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각급 학교의 마약 예방교육 강화를 위한 전문 강사 지원, 교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연수과정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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