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제조 지시 공범 추적중
피해 학생 부모에게 1억 요구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퍼진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한 일당이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에 활동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해 국내 조직에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추적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브리핑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마약 음료 사건으로 검거된 일당 중 총 3명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활동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마약 음료를 건넨 여성 1명과 중계기를 이용해 변작한 김모씨, 마약을 제조 전달한 길모씨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음료을 나눠준 여성 피의자가 과거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여러번 활동했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번에도 여성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마약 성분이 들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사건 당일 마약 음료를 건넨 여성 행동책 1명이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수거책으로 활동한 전력이 11번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번에도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느냐’는 식으로 제안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걸려온 인터넷 전화를 중계기를 이용해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도 앞서 14건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있는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한 인천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는 노트북 6대, USB 모뎀 97개와 유심 368개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지난 7일 검거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길모씨도 보이스피싱 범죄 정황을 포착했다. 길씨는 마약 음료 100병을 강원 원주에서 제조한 후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운반해 서울의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길씨는 마약 음료병과 소분하는 박스를 중국 체류 공범 2명으로부터 받고, 필로폰이랑 우유를 넣어 100병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 100병 중 학생들에게 배부된 병은 18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생 7명, 학부모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내 조직원에게 마약 음료 제조·배포와 보이스피싱 범죄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중국 체류 공범 2명의 신원을 파악해 추적 중이다. 2명 중 1명인 한국 국적 20대 이모씨는 길씨에게 마약 음료 빈병과 판촉물 등을 중국에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발부는 국제 공조 수사하고 여권무효화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지시를 했다는 친구와 또 다른 경로로 가담이 확인된 국내 피의자 1명이 있는데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 일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와 전화로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박 전화 발신 지역도 중국으로 확인됐으며, 피해 학생 학부모 1명에게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보이스피싱으로 금전 피해를 본 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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