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에 우유 섞어 제조
퀵서비스 등으로 마약 전달
중계기로 전화번호 변작해
학부모 협박에 이용하기도
경찰, 구속영장 신청 방침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나와 파장이 계속된 가운데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전달한 혐의를 받는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1명 늘어 피해자의 학부모 1명과 기존 피해자들을 포함해 총 8명이 됐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날 오후 4시 41분께 강원 원주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2시 48분께 인천에서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학부모 협박에 사용된 전화번호 중계기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검거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 배후에서 범행을 계획한 총책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마약 음료를 강원 원주에서 직접 제조한 이후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운반해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중국에서 넘어온 빈 병에 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번호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중국에서 걸려온 인터넷 전화를 중계기를 이용해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 학부모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역추적해 이를 파악했다.

서울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범행에 쓰인 음료수 사진. (출처: 뉴시스)
서울 강남 ‘마약 음료’ 사건 범행에 쓰인 음료수 사진. (출처: 뉴시스)

한국 국적의 A씨와 B씨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일대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고 음료를 나눠준 일당 4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이 건넨 음료에는 마약 성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음료를 나눠준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100병의 마약 음료를 2명씩 2개조로 나눠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무료 시음 행사 형태로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마약 복용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의 금품 요구 협박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은 통화 상대의 어투를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경찰은 중국 등에서의 배후 조직이 있는지도 추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빈 병이 공급됐던 점에 따라 경찰은 중국 당국에도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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