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설악산이 또 난리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고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말이 조건부이지 사실상 허가나 진배없다. 이로써 40년간 찬반 논란을 거듭해온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의 재추진이 현실화됐다.

형식상은 사업주체인 해당 지자체인 양양군이 사업내용을 보완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돼 있지만 그 배후에는 김진태 강원지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미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 판정을 받았기에 폐기돼야 마땅할 사업인데 이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시 추진하는 형국이다.

그간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문제로 번번이 불허됐었다. 1995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양양군은 2011년과 2013년에도 사업을 추진했으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부결된 바 있다.

한때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과시키려한 적이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부결됐었다. 당시 환경부는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케이블카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2019년 9월 부동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 되는 이유는 설악산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림지대이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케이블카 사업이 강행될 경우 국제적 보호종인 산양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건 물론이거니와 보전가치가 높은 식생이 훼손되며,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지형이 과도하게 변화하는 등 설악산 정상부의 환경 파괴가 급격하게 진행될 공산이 매우 높다.

게다가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허가되면 마치 봇물 터지듯 대한민국의 전 국립공원 지역이 너도나도 우후죽순 케이블카 하겠다고 나설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사업 이후 망국적인 환경훼손 국토파괴 참사가 한반도 곳곳에서 또 다시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사실 육상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 추진 움직임은 끊임없었다. 한라산과 월출산, 광주 무등산 등지에도 한때 케이블카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나 지리산의 경우는 인근 5개 시군이 모두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했으나 불허된 바 있는데 강원도 설악의 경우처럼 최근 부임한 경남지사의 강력한 추진 의지 표명으로 그 불씨가 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속리산도 오대산도 들썩인다. 설악산은 이들의 물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립공원뿐만 아니다. 이름 좀 난 명산 명승지 곳곳에도 케이블카 추진은 끊이질 않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시장 취임 후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대전시도 보문산 케이블카를 재추진하고 나섰다. 울산시는 동구 대왕암공원에 해상 케이블카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기도 포천시는 산정호수와 명성산 억새 군락지를 연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부산에서도 황령산 일대에 ‘로프웨이’를 건설하는 방안과 이기대와 광안리를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고군산군도 일대에 국내 최장 길이의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주시 또한 현 시장의 공약인 한옥마을 케이블카를 추진키로 했다. 그 양상을 살펴보면 팔도가 따로 없고 여야가 따로 없다. 오직 허구적인 막개발 지역개발론만 난무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해 지역발전은 커녕 환경이 좋아진 사례는 단 한군데도 없다. 정부 산하 전문기관들은 한목소리로 “사업자 측이 제시한 대책으로는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할 수 없고, 멸종위기 산양의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상부정류장 지형 훼손은 오히려 증가한 계획으로 백두대간 핵심구역에 대한 훼손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설악산의 내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문기관들이 설악산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검토하고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을 수 없다”였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백지화가 정답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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