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어두운 밤길, 가지고 있던 떡을 호랑이에게 뺏긴 어머니는 아들에게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밝게 비추는 글자를 쓰라고 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 글자는 바로...! ‘원자력’ 참 든든한 에너지입니다.”

이는 2023년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트위터 내용이다. 이 문구 아래는 ‘원자력’이라는 푸른 빛의 글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라 할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고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원전 최강국이자 원전 최대 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원전산업의 활성화와 원전수출산업의 부흥을 선언하고 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원전 확대를 기반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마련했으며, 최근 불거진 난방비 폭탄의 원인도 탈원전에서 찾고 난방비 폭등의 대책도 원전 강화를 통해 찾겠다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신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원전 부흥의 시대, 모든 길은 원전으로 통하는 시대의 도래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노후 원전 연장가동에 대해서도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도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으며 원전 인근 지역민들의 극렬한 반발과 반대 여론이 갈 길 바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원전만큼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가 또 어디에 있으며,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전만큼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또 어디에 있으며, 석유도 나지 않는 좁은 땅에서 국가기간산업을 선도할 수출산업이 원전 말고 또 무엇이 있다고 원전 반대를 외치고 탈원전을 주장하는지 정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일 테다.

그런데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한방에 해결할 묘책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신규원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서울 한강 유역이나 바닷가 적당한 부지를 선정해 원전단지를 건설하면 된다. 강이나 바닷가가 아닌 내륙 적당한 곳을 선정해도 상관은 없다. 굳이 수명이 끝나가는 낡은 원전을 연장 가동해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서울 수도권 지역에 신규원전단지를 건설해 안전성 논란과 지역 차별 논란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신박한 묘수가 아닌가.

우선 수도권에 원전을 지으면 원전에 가장 큰 문제가 된 안전성 우려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내 집 앞마당에 시설을 설치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안전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다. 또한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하고 사용하는 만큼 지역차별 논란도 불식되고 에너지 정의에도 부합한다.

또한 전력 공급에 사용되는 막대한 비용과 분쟁도 절감할 수 있다. 기장 고리에서 울진 삼척까지 동해안의 신규 원전과 수도권을 연결하려면 백두대간 위로 개별 크기가 대형 풍력발전기만한 송전탑 수백개를 건설해야 한다. 더군다나 송전탑 건립으로 인한 환경훼손이니 생태계 파괴니 하며 밀양 송전탑 분쟁과 같은 갈등을 또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원전은 이를 한방에 해결한다. 혹자는 당장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대규모 원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도 있고 너무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10기의 원전이 모여 있는 고리 원전단지가 부산과 울산 중심지 인근에 있고, 국가산단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까지는 각각 1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규모 원전단지가 안전상 위험하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수도권 주민과 마찬가지로 부울경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던가.

따라서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부산 고리, 경주 월성, 전남 영광, 경북 울진과 마찬가지로 서울이나 수도권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에너지 정의다. 정말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신한다면 전국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란 편법이 아니라 수도권에 신규 원전이나 방폐장 건설계획을 내놓고 국민 설득에 나서는 것이 ‘원전 최강국’을 내건 윤석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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