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난 3월 11일은 세계 최대의 원전 대재앙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일어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있던 원자력발전소에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됐다. 재앙은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1~3호기의 전원이 멈추면서 촉발됐다.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총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2·3호기는 가동 중에 있었고, 4·5·6호는 점검 중에 있었다. 그러나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전원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 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다음날인 12일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이틀 뒤인 14일에 3호기 수소폭발, 15일에 2호기 및 4호기 수소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으로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로 누출됐다.

이후 고장난 냉각장치를 대신해 뿌렸던 바닷물이 방사성물질을 머금은 오염수로 누출되면서 고방사성 액체가 문제로 대두됐다. 정상운전 시의 원자로 노심보다 농도가 1만배나 높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됐고, 또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누출됐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은 콘크리트 외벽 폭발,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화재, 방사성물질 유출, 연료봉 노출에 의한 노심용융, 방사성 오염물질 바다 유입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 역사상 최악의 원전 참사 사태를 유발하고 12년의 세월을 보내왔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12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현재진행 중에 있고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올봄 4월경에 130만톤의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1년 후쯤 우리나라 동해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향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량은 최대 3억톤에 달할 것이며, 방류기간은 80년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130만톤 오염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면 오염된 물은 태평양 해류를 타고 적도를 돌아 동해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맑고 청정한 동해바다가 방사성 오염수로 더렵혀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당장 어민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생선과 미역을 먹는 국민 모두가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렇듯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해양 생태계 파괴에 이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무단방류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은 매우 미온적이고 소극적 태도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원전강화 확대 정책으로 국내 원전을 둘러싼 안전 우려와 대내외 리스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자료에 의하면 후쿠시마 참사가 일어난 2011년 3월 11일부터 올해 현재까지 12년간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총 137건의 사고와 고장이 발생했다. 140여 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사고나 고장이 발생한 셈이다. 그중 12.9%인 18건의 원인은 ‘인적 오류’였고 ‘기계 결함’은 21.4%인 30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안전하고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원전의 인적 오류와 기계 결함에 의한 사고가 34%나 됐던 것이다.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더군다나 태풍이나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도 최근 급증했다. 태풍 마이삭에 따른 고리원전 주요 호기 가동 정지(2020년 9월), 경주 지진(2016년 9월)에 따른 월성원전 무더기 가동 중단 등은 12년간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고·고장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폐기 예정된 노후원전의 연장 가동 및 원전 확대 정책이 본격화한 상황이어서 사고나 고장 건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리 2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원전 건설 재개,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폭풍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