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4주년 기념행사
천도교 개신교 불교 ‘따로’
종파 초월 3.1정신은 희미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 7대 종단 지도자인 천도교 박상종 교령(앞줄 오른쪽부터), 성균관 손진우 관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 7대 종단 지도자인 천도교 박상종 교령(앞줄 오른쪽부터), 성균관 손진우 관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임혜지, 김민희 기자] 104년 전 3.1운동의 핵심 세력은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은 기독교(16명), 천도교(15명), 불교(2명)로 구성된 종교 대표들이다.

3.1운동 104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종교계 곳곳에서 열렸다. 104년전 종파를 초월해 ‘하나’가 됐던 3.1운동이지만, 오늘날 종단이 흩어져 제각각 기념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3.1정신을 구현하고 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를 비롯한 국내 7대 종단은 탑골공원 성역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는가 하면, 개신교는 곳곳에서 저마다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극우 개신교를 이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광화문광장 일대서 대규모 정치 집회를 열었다.

◆ “탑골공원 정체성 바로 세워 역사의 장으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는 3.1절 기념식과 함께 7대 종단 종교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3.1운동 탑골공원 성지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탑골공원은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원래는 파고다 공원이었으나 일대를 ‘탑동’ ‘탑골’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탑동공원’ ‘탑골공원’이라고 하면서 1992년 공식 이름이 바뀌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 7대 종단 지도자인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왼쪽부터), 천도교 박상종 교령, 성균관 손진우 관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 7대 종단 지도자인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왼쪽부터), 천도교 박상종 교령, 성균관 손진우 관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7대 종단은 이 같은 역사성을 가진 탑골공원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손진우 성균관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등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는 ‘3.1운동 성지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 범국민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3.1운동은 104년 전 각 종교 민족지도자들께서 선언하고, 학생·노동·농민 등이 함께한 범국민적 항쟁이었다”며 “따라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이 범국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 만세 항쟁의 결과는 우리 국민 속에 잠재돼있는 자존·평화·창조 정신과 이를 감싸 안아 21세기에 무수히 창조된 과학 문화생활을 다시 전 세계에 전파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은 3.1운동의 역사를 이어받아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고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천도교·개신교 등 종교계에서 3.1운동 104주년 기념행사가 각각 열렸다.

천도교 중앙총부는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청수봉전, 심고, 주문 3회 병송 같은 천도교 의식과 독립선언서 낭독 등이 이어졌다. 박상종 교령은 기념사를 통해 “3.1운동에 임한 의암성사의 거룩한 신념과 순국 정신을 귀감 삼아 국가의 번영과 교단 중흥을 위해 헌신하자”고 당부했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천도교 중앙총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봉행했다. 사진은 중앙총부 주용덕 종무원장이 박상종 교령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천도교 중앙총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봉행했다. 사진은 중앙총부 주용덕 종무원장이 박상종 교령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3.01.

이후 분홍 저고리에 푸른색 고름을 매고, 은색 한복 치마를 차려입은 천도교 연합합창단이 3.1절 노래를 불렀다. 연합합창단은 태극기와 궁을기(천도교 깃발)를 흔들며 좌중과 함께 노래했다. 기념식 후에는 중앙대교당에서부터 탑골공원까지 30여분간 거리 행진에 나섰다.

◆ “한국교회가 한반도 통일 앞장서자”

개신교도 3.1절 정신을 기념하는 예배를 진행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운동 104주년 한국교회 기념예배’를 열고 한국교회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와 희망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인 이순창 목사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3.1운동 104주년을 맞이한 이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살아가는 아름다운 애국자가 돼야 한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더욱 기도하고 예수님을 증거 해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한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한교총은 ‘3.1운동 104주년 한국교회 성명’을 통해 “희생을 무릅쓴 선열의 헌신으로 세워진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며 자주독립을 위해 앞장선 한국교회의 전통과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는 말씀에 따라 평화와 희망의 길잡이가 될 것”을 다짐했다.

한교총은 “분단 조국의 평화 통일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목표로 행동하며 미래와 평화로운 통일의 길을 여는 길잡이로서 민족을 섬기겠다”며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 해결과 기후위기 극복, 한국사회 건강성 회복, 남북통일 등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불교계도 3.1절 104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독립운동 거점사찰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진관사에서는 지난 26일 3.1운동과 한국불교를 주제로 불교의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는 특별강연과 백초월스님과 호국영령 등을 추모하는 한국문화 춤 공연을 개최했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묘소를 참배하는 불교학생회의 발길도 이어졌다.

◆ “하나님의 이름으로 주사파 척결을” 

한편 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올해에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끌었다.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자유통일당 등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인도와 8차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힘내라’ ‘한미동맹 강화’ 등을 외치며 윤석열 정부 지지 집회를 이어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표 전광훈)이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국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표 전광훈)이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국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행사 공식 명칭은 ‘자유통일과 주사파 척결을 위한 3.1절 국민대회’였지만, 정오부터 모인 신도들은 찬송을 부르고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며 사실상 예배가 진행됐다.

한기총 증경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여호수아를 통해서 여리고성이 무너지듯이 하나님이 세우신 영적 지도자 전광훈 목사님 지시를 따라서 공산주의를 무너뜨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기총 증경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우리의 예배로 주사파 공산주의를 완전히 척결하고 철저하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승리의 3.1절이 될 줄 믿는다”고 외쳤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탁드린다”며 “주사파 공산정권 척결하지 못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비참하게 당하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외에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의 지도자” “다음 총선에서 220석 이상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등 발언도 쏟아졌다.

현장에는 경찰 추산 4만명의 신도들과 시민들이 몰려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삼일절 #3.1절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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