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관계 전문가인 김문길(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한일문화연구소장은 12일 일본 미쓰비시가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후쿠오카(福岡) 소재 야마노(山野) 탄광의 물자명세서를 일본의 한 박물관에서 입수해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반영된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해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 바꾸기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탄광에서 조선인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철조망을 세웠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은 11일 일본 미쓰비시가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후쿠오카 소재 야마노 탄광의 물자명세서를 일본의 한 박물관에서 입수해 공개했다.

‘반도인 합숙소’라고 명기한 총 3장짜리 물자명세서 서류에는 공작물의 규모 또는 구조 항목에 ‘반도인 도망방지를 위해 합숙(소) 주위에 높이 7척(尺, 30㎝) 연장, 140간(間, 1.818m)의 판병(板塀)을 신축하라’고 명시돼 있다. 7척은 약 2m 10㎝, 140간은 약 255m에 해당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판병’이 나무판자형 울타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지만, 김 소장은 “7척의 나무판자형 울타리 위에 철조망을 얹은 것으로 풀이된다”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김 소장은 또 “도망 방지를 위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돼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 포함된 근대산업시설이 지난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이 이뤄지자마자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일하게 됐다’는 표현으로 번역해 물타기를 시도했다.

한일 정부는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강제노동’ 반영 여부를 놓고 협의를 거듭한 끝에 ‘의사에 반해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으로 타협점을 찾았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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