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 추가 확진자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진정세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곤 있지만, 메르스 ‘3차 유행’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에 켜진 ‘빨간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선 메르스 확진 환자가 증상 발현 중 병원 내 투석실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100명이 넘는 환자가 새롭게 감염 위험에 처했다.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한 40대 남성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제주도를 3박 4일간 관광차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호텔과 승마장 등 관광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의 메르스 확산 사태가 있게 된 시초는 중동을 다녀온 1번 환자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 방역망으로 거르지 못한 일부 감염자들이 국민 생활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격리자가 6000명을 넘어가는 마당에 메르스 환자의 모든 접촉자를 빠짐없이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이나 메르스 공기 전파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적인 기대일 뿐이다.
이 정도라면 감염병 위기경보를 격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위험경보 매뉴얼을 보면 감염병이 국내로 들어온 후 다른 지역으로 퍼지면 ‘경계’ 단계로 올리고, 전국적 확산 징후로 이어지면 ‘심각’ 단계로 높이게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금까지 ‘주의’ 단계만 고집하고 있다. 지금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메르스 차단의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