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의 ‘어와 동량재를 저리하여…’로 시작되는 고시조 종장 부분에서 ‘뭇지위 고자자들고 헤뜨다가 말녀나다’는 대목이 있다. 이 부분이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데, 현대어로 풀이해 보면 ‘여러 목수들이 먹통과 자를 들고 허둥대다 말려는구나’라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섰지만 기업이나 국민 눈에 성이 차지 않고 보면 규제업무를 총괄 관장하고 있는 국무총리실이나 해당부처가 허둥대다가 실적이 없는 경우와 비견된다.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실시한 ‘2015년 규제개혁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다는 기업은 7.8%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해마다 정부규제개혁 평가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바, 규제가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전체에 고루 퍼져 있으니 어느 한 부처가 나서서 개혁한다고 혁파될 성질은 아닌 것이며 결국은 정부차원에서 또 국회에서 법제화를 통해 늘어나는 진입규제를 방지하는 등 전반적인 노력이 따라야 기업과 국민이 규제개혁 체감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정례적으로 열렸지만 일선기관에서 규제를 개혁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각종 규제를 개혁하려면 법을 개정해 규제 제도를 없애고 또 신설되는 법에서 규제조항이 들어가 있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입법부의 협조가 필수지만 따로 놀고 있으니 간격이 생겨난다. 또한 정부와 지방정부와도 손발이 잘 맞지 않는 게 규제혁파의 속도가 느린 이유 중 하나다.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어느 반도체회사에서 1공장과 2공장 사이의 180m 규제를 푸는 데 403일이 걸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원에 막혀 180m 가까운 거리를 두고 4년 동안 회사 직원들이 1.2㎞를 돌아가야 했다는 것인데, 이 내용도 박 대통령이 직접 듣고 해결을 해당부처에 지시했지만 관련 규제들이 많아 해결하는 데만 1년 1개월이 걸렸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규제 하나를 해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정부규제로 민간에서 피해를 보는 지금, 뛰어가는 규제에 기어가는 개혁으로서는 기업과 국민은 계속 힘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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