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화 수원보훈지청 복지과

 
하얀 세상에서 벗어나 녹색 세상으로 변하는 이 시점에, 우리들은 봄이라는 마치 선물과 같은 계절을 즐기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드는 의문점은 나와 같은 이십대를 내 이전의 세대들은 ‘과연 어떻게 보냈을까?’이다. 1년 전, 2년 전, 더 나아가 10년 전, 더 많은 세월을 거슬러 20~30년 전, 40년 전의 내가 밟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심정으로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6월 하면, 이산가족의 피눈물 나는 심경을 잉태한 6.25전쟁이 제일 먼저 필자의 머리를 스친다. 숫자 세 개만으로 이와 같은 거대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만큼 6.25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여러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다른 무엇보다 필자는 이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친다. 그 시대 상황 속에 그들도 우리와 같이 누군가의 아들, 딸, 아버지 혹은 어머니 즉, 가족의 한 구성원이었을 것이다. 가족의 정, 사랑을 그들도 느꼈을 것이고, 다만 우리와는 분명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방법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도대체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관데 이와 같은 불행 아닌 불행을 겪었던 것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답변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과 우리의 다름이란 없다.

조금은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그들은 좀 운이 없었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얘기하자면 그들의 삶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 그들의 삶 속의 주인공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그 아팠던 한 시대를 잘 견뎌준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이 계절에 꽃을 향유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국’이란 나라를 지켜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조금 더 감성적으로 풀이를 한다면 내 가족을 지켜냈다는 뜻으로 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가족을 지켜 내줬던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으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역사 바로 알기’와 둘째는 ‘그들의 아픔 이해하기’이다.

사람들은 많은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억울함이란 감정은 실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감정에 대해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해 보건데, 내 자녀에게 전하고 싶지 않은 것을 꼽으라면 그중에 제일이지 않을까 싶다. 내 자녀에겐 좋은 것만 전하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일 터이니 억울함이란 것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는 이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호국’이란 단어 아래 그 삶의 목표가 개인이기보다는 조국이 되어버린, 시대의 한 마디를 지나왔던 우리 선조들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억울함이란 감정 소모를 많이 해 왔을 것으로 필자는 감히 생각해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억울한 감정을 느낄 만한 사건들을 한번은 가져 보았을 것이다. 사실이 왜곡되어 있을 때 우리는 억울한 감정의 봉우리 끝에 있는 분노를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실 즉,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당사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사실에 문제가 있었다면 한 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발돋움이 되도록 해결방안을 강구하여 우리 선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간혹 잘못 행동한 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또한 피해를 본 자들에 대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건, 사고들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지만 이미 벌어진 것들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지만 이미 모든 것은 벌어졌고, 이에 대해 나에게 발생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내 일이 아니라는 방관적인 자세는 차치하고 올바른 역사를 안다면 우리 선조들의 억울함을 우리가 조금은 이해하고 그 아픔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개한 꽃들이 흐드러지는 봄의 한 자락에 꽃 같은 피를 흘렸던 선조들을 생각하며 슬프며 환한 미소를 잠시 지어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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