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스님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타종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개신교 “유가족들 울분 토해”… 특별위 조사권 무력화 우려
불교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세월호 문제 빨리 해결되길”
천주교, 진실규명 서명 동참… 염수정 추기경 추모미사 집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종교계의 추모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 등 개신교 단체는 지난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유가족을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를 열었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목사와 신도 등 200여명이 추모 행사장을 메운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기도회를 진행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채영남 부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이미 죽어버린 과거’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교회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을 밝히고, 희생자 가족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교계가 참회를 실천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아픔을 어루만지고 고난을 짊어지고 회개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봉 이사장 손인웅 목사가 “한국교회는 국민 모두에게 큰 아픔을 남긴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개신교계는 세월호의 진실 규명과 선체 인양을 촉구했다.

한기총은 16일 성명서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해 진실이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한다”며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는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불신을 걷어내고,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품고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NCCK는 16~19일을 ‘세월호를 기억하는 기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 정오를 기해 추모 묵념과 기도를 드릴 것을 회원 교회에 요청했다. NCCK는 “참사 1주기가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진실규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며 “지난 3월 27일 발표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이 발표를 접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절망과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남은 문제 우리가 잊지 않고 바꿔야”

불교계도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는 16일, 전국 각지에서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서울 조계사 등 전국의 사찰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타종 행사가 진행됐다.

조계사 주지 원명스님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범종 소리를 듣고 극락왕생하기를 바란다”며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세월호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계사에서는 승려시인협회가 주최하는 추모 시낭송회가 오후 4시 열었다. 이 행사에서는 민요와 살풀이 공연에 이어 청화·진관·지원·대안·해일·범상스님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진도 팽목항 법당에서는 오후 1시 진도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는 추모재가 전라지역 6개 교구 본사 스님과 불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지난 14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세월호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들이 사바세계(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겪었던 아픔과 슬픔, 분노는 모두 놓고, 행복하고 향기 가득한 세상에 왕생하길” 기원하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여러 문제를 남아 있는 우리가 잊지 않고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천주교도 서울과 진도 팽목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이날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오후 1시 진도 팽목항에서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하는 미사가 열렸다.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오후 6시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추모 미사가 봉헌한다.

광주대교구는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교구민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아파트 베란다와 대문·자동차에 추모 리본 달기,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 동참 등을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행동 지켜볼 것”

따뜻한 봄바람에도 진도 팽목항을 찾는 추모의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유가족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세월호 인양과 특별법 취지를 살리는 시행령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결사추진본부는 “지난 3월 입법예고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특별위원회가 요구하는 시행령으로 새롭게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표명한 세월호 인양 의지가 허언이 아닌 실질적인 인양으로 이뤄지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지도자로서 무한 책임의식과 국민통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사회시스템에 기인하지만 사고 이후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사회시스템 점검과 대대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한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께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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