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부패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것은 어느 정권이라도 당연히 해야 할 과업이다. 하지만 정권 유지 차원에서 여론을 돌리거나 마녀사냥식 경우도 과거엔 있어왔다. 이번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이 자살하고, 유품에서 여당의 중견 정치인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발견되면서, 특히 박근혜 정권의 초대 비서실장부터 현 실장까지 3명 전원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자체는 그 사실 여부를 불문하고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

고 성 회장이 조사받았던 자원외교 비리수사와 이번 리스트와 관련해서 특이한 점이 몇 있다. 그가 지난 9일 숨지기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고 한 말에서, 검찰이 자원개발 의혹 수사를 벌이다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자 가족들을 뒤지며 압박하는 등 사실상 별건 수사를 했다는 뜻으로 읽혀져 오해 소지가 따르기도 한다.

또 ‘리스트’에서 언급된 정치인 8명 가운데, 유일한 비 친박계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건넸다는 돈은 전달책으로 지목된 자가 10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성 회장의 얘기가 사실이라고 인정되는 묘한 입장인 가운데, 나머지 정권 실세들은 터무니없는 황당한 이야기라며 그런 일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던 기업인이자 정치인이 말로를 앞두고 언론에 전달한 내용들은 비감하기 짝이 없다. 한때 정권의 창출을 위해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로서 새누리당과 합당을 일궈낸 주역이었던 성 전 회장을 평가하는 충청권 인사들은 리스트에 올려진 거명 실세들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성 전 회장은 충남에서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국민 의혹이 된 마당에 검찰에서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가려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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