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사진출처: 연합뉴스)
자본 전액 잠식 등으로 불명예 상장폐지
해외 자원개발 사업 잇따른 실패로 적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상장된 경남기업이 15일 42년여 만에 퇴출된다.

경남기업은 1973년 2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와 맞물려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자본 전액 잠식 등으로 불명예스럽
게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경남기업은 2014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 및 자본 전액 잠식’이 확인됨에 따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앞서 경남기업은 지난달 11일 자본전액 잠식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자본 완전잠식 상태임을 공시했다.

이후 30일 제출한 감사보고서 상에서도 ‘감사의견 거절 및 자본 전액잠식’임이 확인됐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 경남기업은 14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15일 자로 상장폐지 된다. 굴곡진 역사만큼 정리매매 기간에도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했다.

정리매매 첫날인 6일 88.64% 급락한 주가는 8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94.91%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 주가는 13일 204원으로 마감했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제한폭을 적용받지 않는다.

수출입은행은 정리매매 첫날부터 이틀 동안 보유 중이던 463만 4200주(지분율 10.93%) 전량을 주당 676원에 장내 매도해 약 200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경남기업 주가는 1994년 22만 5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여러 차례 감자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남기업은 1951년 8월 대구에서 설립됐다. 1954년 경남토건에서 경남기업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시공능력 순위 20위권에 드는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1965년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태국 중앙방송국 건물 공사를 수주했다.

1970년대에는 중동과 스리랑카, 카메룬,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회사는 1987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1999년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지정된 이듬해 대우그룹에서 분리됐다.

002년 워크아웃 조기졸업 후 대아건설 흡수합병, 경남정보기술 설립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고 2009년과 2013년 잇따라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지 못해 적자가 누적됐다.

지난해 경남기업의 매출은 1조 2041억원으로, 전년대비 19.65% 올랐지만 영업손실 1827억원, 당기순손실 26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자본잠식률은 127.5%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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