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각 부문별 대정부질문이 있었지만 실상을 보면 제2의 ‘이완구 청문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종 의혹제기는 물론이고 자진사퇴하라는 말까지 연일 쏟아졌다.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에서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에 무게를 싣는 의원들이 많았다. 이 총리가 자신의 목숨까지 걸겠다며 결백을 호소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새로운 사실이나 증언을 봐도 이 총리가 과연 계속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될 정도이다. 사실상 ‘식물총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물론 이완구 총리가 결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돈을 받지 않았음에도 망자가 남긴 그 메모와 녹취록 때문에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것으로 기정사실화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게다가 사실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리고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총리직까지 그만두라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 총리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어떻게 오른 총리 자리인데,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완종 전 회장은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다. 양측 주변의 핵심 인사들이 구체적인 증언을 하지 않는 한, 또는 명료한 자료가 나오지 않은 한 지루한 진실공방이 수없이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률적 결론까지는 많은 시간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률적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의 국정 문제, 정치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욱이 이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주인공이 아닌가. 그 주인공이 혹 형사피의자로 검찰수사를 받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의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또한 국민은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볼 것이며, 무슨 명분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공공개혁은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국정운영이 어렵더라도, 또 여론이 뭐라 하던 간에 이대로 버텨서 끝내 검찰의 ‘무혐의’ 결론을 이끌어 냈다고 가정해 보자. 국민이 그 결과를 그대로 납득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다시 특검수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총선이다. 정치공방이 더 격화될 것임은 뻔하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총리가 자신을 던져서 국정부담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이 총리가 ‘사즉생’의 자세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민심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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