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한, 단호한 태도에 충격”
중국대사 부임 ‘한줄’ 보도
의례적인 담화도 안 나눠
냉랭해진 양측 관계 반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냉각기를 맞은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거부한 가운데,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는 등 양측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북한의 AIIB 가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송이 인용 보도한 영국 매체인 이머징마켓은 지난달 30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지난 2월 진리췬(金立群)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에게 가입의사를 전했으나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시 북한의 금융·경제 수준 미달을 거부 이유로 들었으나, 북한이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등 국가 안보체제의 걸림돌이란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과 중국이 혈맹관계임에도 중국이 이처럼 단호한 자세로 나온 것은 껄끄러워진 양측 관계를 방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북한 역시 중국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의 부임 소식을 단 한 줄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노동신문은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 특명전권대사가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봉정했다”고만 짧게 전했다. 두 사람이 담화를 나눴다는 언급은 없었다. 기사가 게재된 위치도 노동신문 2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는 북한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대사가 신임장을 제출할 때마다 김 상임위원장과 담화를 나눴다고 보도해왔던 전례와 다른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0년 류훙차이(劉洪才) 전임 중국대사 부임 때도 신임장 전달 소식을 전하면서 두 사람이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신임장 제출 당시엔 김 상임위원장과 리 대사가 의례적인 인사만 나눴을 뿐 담화는 별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가 일부에선 북한의 이 같은 반응과 중국의 태도는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냉랭해진 북중관계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에 동조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동참한 중국에 대해 ‘줏대 없는 나라’ 등으로 칭하면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대신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를 부각하면서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기조는 김일성 생일 등 관계 전환의 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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