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디지털융합 진흥원장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쪽으로 달리면 중국의 대표 항구도시이자 산업도시인 저장성 닝보 시가 나온다. 닝보 시는 중국에서 최초로 문호를 개방한 도시 중 하나로 의류업, 경공업 등 전통산업과 철강, 에너지, 화학, IT 등 첨단산업까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로서 중국 평균소득의 2배가 넘는 고소득 도시이면서 60세 이상이 20%가 넘는 고령화된 도시이다. 최근 닝보 시는 시 전체 인구, 760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하는 ‘원격진료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닝보 시는 중국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동루안’ 그룹과 합작으로 ‘닝보클라우드의원서비스유한공사’를 설립해 3월 초부터 인터넷과 모바일로 원격의료서비스를 개시했다. 진료범위는 고혈압, 당뇨병, 심리상담, 간단한 질병 등으로 시작해서 진료과목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진료를 받은 환자의 진료기록이 시 소재 약국으로 전송되며 환자는 약국에서 약을 수령하거나 집에서 배송 받을 수도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에 처음부터 참여한 병원이 100여개가 넘고 220명이 넘는 전문의, 가정의가 참여해 출범과 동시에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2020년 1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헬스케어 산업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정부는 2013년에 ‘요양서비스업발전에 관한 법률’과 ‘건강 서비스업 발전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 원격의료를 비롯해 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어 주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정보통신과 의료기기의 발달과 상호 융합으로 등장한 신기술 의료서비스인 원격진료 제도의 도입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원격진료를 도입하고 정부가 앞 다퉈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고도화 등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 2월말 정부가 원격 협진 활성화와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오진위험성, 보안위험, 의료의 질 저하, 동네 병의원 붕괴 등 부작용을 이유로 의료협회가 반대하다 보니 현재 시범사업에는 보건소 5개, 의원 13개 등 18개 의료기관만 참여하고 있고 참여하는 의사들조차 신분 노출을 꺼리는 등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정부 확산계획에는 참여 의료 기관을 50개로 늘리고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선박, 응급실, 해외 진출 의료기관 등 시범 사업 대상도 늘린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중국의 예를 보듯이 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이다. 세계적 관심사는 원격진료를 도입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도입하되 편의성과 경제성은 높이면서 오진이나 의료사고, 개인정보 유출, 의료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이다. 의료업계가 주장하는 오진 등 의료사고, 보안유출, 의료의 질 저하 등의 부작용은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것은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현실 의료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원격의료는 물론 현실 의료에서도 부작용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은 정부, 의료계, 참여 기업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고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진정으로 염려한다면 의료협회도 시범사업에 참여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면 원격의료에 대한 보완책이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면서도 의료기기산업과 첨단의료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관계법과 해외 환자유치를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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