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장전된 국민적 통일여망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두 가지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고 있어 우려 반, 기대 반이다. 그 첫 번째는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이요, 두 번째는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다.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이 북한 체제 재탄생의 마지막 기회라면 한국의 사드배치는 북한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중요한 방어수단의 완성이란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먼저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이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지부터 살펴보자. 보시는 대로 현재 북한은 붕괴 직전의 아비규환 상태다. 중국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력으로 경제적 위기가 도래하고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숙한 지도자 김정은은 노련한 권력엘리트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북한이란 배는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모스크바 방문을 결정해 먼저 내부 개혁 이전에 국제사회로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만약에 김정은이 국제사회로 나가는 스텝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다면 기회는 차려질 수 있다. “보시라.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지도자다. 북한은 어제의 김정일 시대처럼 은둔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에 투자하라.” 뭐 이런 것이 김정은이 노리는 모스크바 여행이 아닐까. 빠르게 재편되는 동북아의 신질서 구축에서 김정은은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잘 세웠다고 추어주고 싶다.

한편 푸틴의 신동방정책은 김정은에게 구명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김정은이 과연 북한을 재건할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와 직결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통일은 또 저만치 달아날 것이다. 우리의 우려는 바로 이 점이다. 과거 소련에 의해 탄생한 김일성 정권은 남침전쟁까지 일으키며 70년을 이어오고 있다. 또 다시 푸틴이 김정은에게 스텔스기에 잠수함 등을 건네준다면 김정은은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 그의 2015 통일대전은 엄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다. 우리 한국 내부에서도 사드배치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전투기도 10~20년이 지나면 기종을 배비변경하는데 우리는 이미 패트리어트 체계로 30~40년을 버티어 왔다. 북핵에 무관심한 세태의 바탕에는 뿌리 깊은 소국(小國)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공격은 대국(大國)인 미국이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북핵도 결국 북한과 미국이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하는 일부 계층의 생각도 이런 소국 의식을 재생산한다.

우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소외시키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 비주체적 태도다. 한반도 현대사에 미국이 등장하기 이전의 소국 의식이 중국과 맺은 관계에서 전면적으로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중원의 패자 중국에 대해 2000년 동안 지속된 사대주의에는 약소국의 생존책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 해악이 너무 심각하다. 병적인 소국 의식은 국가 방위의 큰 틀을 남에게 맡기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임진왜란과 6.25전쟁이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지킬 줄 모르는 존재를 남이 존중할 리 만무하다. 16일 방한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를 직설적으로 반대한 것은 오만한 언행이지만 우리의 소국 의식이 부추긴 측면도 있다.

북핵과 미사일은 미국과 중국엔 전략 게임 대상이지만 한국에는 생사 문제다. 히틀러 못지않은 김정은의 협박에서 나라를 지키는 문제는 중국이나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사드를 배치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마땅하다.

초기 입을 다물던 북한도 사드배치에 대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사드배치는  결국 북한의 유일한 비대칭전력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반통일·반평화는 북한의 핵무기이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성해 위협하는 날 통일도 평화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한국이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 국방부가 기존의 L-SAM 계획을 어떻게 할 거냐의 문제도 작용한다, 왜냐면 L-SAM과 사드가 겹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해 공격을 준비하고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한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핵심은 비용이다. 비용마저 미국이 요구한다면 곤란하다. 이 점이 사드배치의 진실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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