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크레림궁과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국기를 들고 주요 야당 인사 보리스 넴초프의 죽음에 항의하고 있다. 넴초프는 지난 2월27일 크렘린 인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일부 시위대는 모스크바 시내에 모여 넴초프를 애도했다. 넴초프의 피살로 사면초가에 몰린 러시아의 야권이 흔들렸다. 시위대는 조화, 초상화, ‘난 두렵지 않다’라고 쓴 배너를 들고 나왔다. (사진출처: 뉴시스)
 

당국, 장례식 참석 희망한 폴란드·라트비아 정치인 입국 ‘거부’
넴초프 암살 ‘용의자’ 찾지 못한 채 음모설·치정살인설 난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각) 열리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정치인의 입국을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넴초프의 피살을 두고 갖은 의혹과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전날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상원 의장인 보그단 보루세비치가 넴초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일 러시아에 가려고 했지만 입국이 거부됐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상원의장을 제재대상에 올린 데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라트비아 유럽의회 의원인 산드라 칼니에테도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을 거부당했다. 그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온 점 때문에 입국이 거부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러시아 당국은 넴초프의 장례식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이 ‘정치적 보복’을 주장하며 지난 1일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대규모 추모 행진을 벌이는 등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의 대규모 거리시위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피살의 배경으로 현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운동을 이끌어온 대표적 반정부 인사라는 점과, 푸틴의 장기 집권 시도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넴초프는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경제난 등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푸틴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모스크바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크렘린궁 인근에서 피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넴초프의 피살이 복잡한 여자관계로 인한 치정살인일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오고 있다. 넴초프가 살해될 당시 총알이 6발이나 발사됐지만 현장에 함께 있었던 우크라이나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24)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포스트에 따르면 두리츠카야는 넴초프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난 1월 스위스에서 낙태 수술을 했다. 이에 그가 청부살인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그러나 두리츠카야는 2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이 기억나지 않으며 누가 배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치정 때문에 살해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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