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 대신 ‘나는 샤를리다’라는 표기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와 인질극 등 연이은 유혈 사태로 17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나는 샤를리’라는 테러 근절 운동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反테러·평화운동 확산…
 종교·국경·나이도 넘어
세계 정상들도 동참해…
 평화 공조 전환점 기대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연달아 터진 프랑스 테러사건이 종교‧국경을 넘은 反테러‧평화운동의 단초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벨기에 브뤼셀과 런던, 마드리드, 뉴욕, 카이로, 시드니, 스톡홀름, 도쿄 등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테러 규탄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 전역에선 파리 160만 명을 비롯해 370만 명이 참여했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시위의 맨 앞에는 세계 50여 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나란히 섰다. 그곳에 인종과 국경의 벽은 없었다. 영국 가디언은 “파리의 반테러 행진이 모든 종교, 나이, 국가를 넘어 하나 됐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오직 반테러‧평화를 외친 각국 정상과 참가자들은 지난주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공격과 유대인 슈퍼마켓 인질극 등으로 사망한 17명을 한마음으로 추모했다.

국제사회의 최대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수반도 현장에 함께했다. 지난해 교전으로 2000여 명의 목숨을 잃은 두 나라도 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위대 맨 앞에 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바로 옆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이 서 눈길을 끌었다.

말리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의 하나였으며 현재도 약소국에 불과하다. 18세기 말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가 말리를 식민지배할 동안 프랑스는 말리의 토착어 사용을 금하고 광물 채굴권 등 경제적 이익을 독식해 말리 국민의 프랑스 반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말리 북부에서 대규모 이슬람 반군 봉기로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2013년 초 프랑스가 구원자로 나서면서 두 정상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프랑스의 도움으로 말리는 반군을 쫓아내고 정국을 안정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이날 과거의 적국이 평화의 파트너가 된 모습은 국제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

이번 테러 희생자 중 일부는 테러범들과 같은 무슬림이었으며, 6명은 유대인이었다. 유럽의 반유대주의 정서와 맞물려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유대인은 매년 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50만 명)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각국 정상들과 이번 추모집회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스라엘로 이민 오는 모든 유대인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는 반유대교 정서에 힘들어하는 전 세계 유대인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테러 이후 반무슬림, 반유대교 정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이는 프랑스 국민이다. 그들의 우려는 프랑스 내 종교 간 화합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면서 대규모 반테러‧평화 운동의 원동력이 됐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미 같은 문제를 겪는 각국이 동참해 종교 간 이해와 평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도 국제사회의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초에 강대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국제사회의 평화공조가 뿌리 깊은 종교갈등과 평화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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