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식해하면 함경도 가자미식해가 대표적이라 할 만큼 유명하다. 가자미를 뼈째 삭힌 다음 조밥과 무를 넣어 만드는 함경도식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회국수(함흥냉면)의 꾸미로 올려지기도 한다. 깍두기에 섞어 다시 한 번 발효시키면 더욱 새콤해져 맛이 일품이다.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함경남도 함흥, 신포, 홍원, 단천, 김책 등에서 많이 담그는데 북한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분류돼 웬만한 사람들은 먹기 힘들 만큼 귀하다고 한다.

가자미식해는 영양가가 아주 훌륭하다. 우선 가자미는 성질이 평안하면서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허약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북돋워준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자미를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라고 돼 있다. 더욱이 식해는 발효음식인 까닭에 소화가 잘돼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들의 영양식으로 아주 좋은 음식이다.

가자미식해에는 엿기름 대신 메좁쌀이 쓰이는데, 메좁쌀은 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조혈작용을 촉진시켜 당뇨와 빈혈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의학적으로 좁쌀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 식품으로 겨울철 몸이 냉해지기 쉬운 계절에 알맞다. 또한 식해에는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 김치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김치에서 얻을 수 있는 항암, 항산화 등 건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북청군 신창에서 태어난 실향민인 속초시 아바이 마을의 ‘김송순할머니집(속초시 청호동)’에서 담근 것이 맛있다. 영일만 주변의 식해는 주로 가자미·갈치·홍치(일명 홍데기)·오징어·골뱅이 등의 생선에다 쌀 또는 좁쌀을 섞고 고추·무·마늘·생강·엿기름 등을 버무려 발효시킨 것이다.

밥식해는 포항과 경주·영덕 등 경북동해안 주민들이 쌀이나 좁쌀에다 생선·무 등을 넣고 발효시켜 즐겨먹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길·흉사를 치르는 집안의 특별 메뉴로 잔칫상 맨앞자리에 올랐고, 멀리 유학간 아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부모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청정한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가자미, 오징어, 횟대 등의 살이 단단한 생선을 주재료로 만드는 밥식해는 생선을 하루쯤 가볍게 물기를 말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엿기름으로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다음날 고슬고슬하게 지은 고두밥과 채를 썬 무와 함께 다진 마늘과 생강, 소금, 고춧가루 양념으로 빨갛게 버무려 다시 숙성시키는 이중 발효과정을 거쳐 만든다. 특히 엿기름이 생선의 뼈를 부드럽게 해 뼈째 먹을 수 있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발효식품이다.

밥식해에는 싱싱한 생선에 엿기름, 밥, 무를 넣어 발효시킨 것과 생선 없이 무와 밥을 넣어 발효시킨 소식해, 엿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생선과 무를 사용해 발효시킨 식해(일명 젓갈)가 있고, 밥식해 중에서는 횟대로 만든 밥식해가 가장 인기 있다. ‘영덕밥식해(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337-1)’에서 팔고 있다. 강구농협 농가주부들은 모임을 만들어 밥식해를 정성스럽게 담가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주문 판매를 하고 있다.

부산, 김해, 진주 지방의 토속음식인 갈치식해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적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경남 기장연안이 갈치의 산지로 유명해 기장갈치가 서라벌(경주)로 진상됐다고 한다.

가을에 잡은 갈치로 만드는 갈치구이나 갈치찌개, 갈치회무침 등 다양한 요리가 있지만 부산, 기장, 김해 등지에서는 예부터 전통적인 방법으로 갈치식해를 담가 먹었다.

갈치식해는 김해평야에서 수확한 쌀, 엿기름, 소금, 파, 고추, 마늘과 함께 갈치를 넣고 일정 기간 삭힌 발효음식이다. 매미 울음이 우렁찬 늦여름에 항아리에 담아 놓은 갈치식해를 꺼내 물만 찰보리밥에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초가을에 따뜻한 밥을 해 곰삭은 갈치식해를 넣고 비벼 먹는 맛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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