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입이 큰 생선이라 해서 대구어(大口魚)라 부르고, 머리가 커서 대두어(大頭魚)라고도 하는 이 생선은 입이 큰 만큼 대구어는 식성이 좋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청어, 명태, 가자미, 오징어, 문어, 새우 등을 통째로 먹어 치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크기의 3분의 2 정도 되는 것도 삼켜 버린다. 대구는 쉴새 없이 먹어야 하는 식욕 때문에 아래턱 밑에 '수염'이 있는데, 이 수염은 감각기관으로 물이 흐려 먹이가 보이지 않을 때 그 촉각으로 먹이를 찾아 사냥한다.

1815년경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 의하면 “대구어는 다만 동해(東海)에서 나고 중국에는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이 문헌(文獻)에 없으나 중국 사람들의 진미(珍味)이며, 북도(北道) 명천(明川)의 건대구(乾大口)가 유명하다”는 기록이 있으나 대구어는 한대성 심해어(深海魚)로 겨울철 산란기에 내만(內灣)으로 옮겨 오는데,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 남해, 오츠크해, 베링해, 미국 오리건주 연안까지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대구어가 귀하지만 옛날에는 진해의 옛 지명이었던 웅천의 가덕동 일대 즉 속칭 깽이바다의 대구어를 제일로 여겼다. 이 깽이바다는 대구어의 산란장으로 유명했는데, 이곳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2관(貫)이상 나가는 대구어를 일명 ‘누렁이’라는 애칭을 부쳐 최상급으로 여겼다 한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는 각종 공선(貢膳) 진상품의 물목을 적은 책인데, 건대구, 대구어란해(알젓), 대구고지해(이리젓) 등이 포함돼 있다. 태조실록에서 중종실록에 이르기까지 이조실록에 보면 매년 10월 천신 품목으로 “웅천의 대구어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 사람들이 깽이바다의 도미, 청어, 대구어의 맛을 못 잊어 진해를 떠날 수가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 옛 부터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 대구탕을 끓여 먹이면 젖이 많게 된다고 믿었고, 회충(蛔蟲)이 많은 사람에게 대구어를 씻지 않고 달여 구충제로 먹이는 등 민간요법이나 음식으로 즐겨 해 먹었다.

대구어는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연안 내만으로 옮겨와 짝짓기를 하게 되는데, 짝짓기를 하는 기간 동안 암수가 서로 마주 뽈을 비벼대며 화끈한 사랑을 불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하며 비벼댄 뽈에 굳은살이 배기고 이 부분에는 쫄깃쫄깃한 사랑의 맛이 깃들여져 있어, 대구뽈찜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좋은 담백하고 화끈한 음식이라 하겠다.

대구뽈찜 외에도 탕 문화가 잘 발달된 우리로서는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파·마늘·생강 등으로 양념을 한 후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 후 국물을 넣고 끓이다가 토막 낸 대구어를 참기름과 함께 넣어 약한 불에 끓여내는 대구매운탕은 찬바람 부는 겨울에 온 몸을 훈훈하게 해주면서 숙취를 말끔히 해소해 주어 해장국으로 제격인 담백하고 시원한 우리네 전통음식이라 할 것이다.

특히 대구어의 껍질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1670년경에 안동 장씨가 쓴 ‘음식디미방’에 보면 “대구어 껍질을 삶아서 가늘게 썰어 무친 것을 ‘대구껍질채’라 했고, 대구껍질과 파를 길게 묶어 초간장에 밀가루 즙(汁)을 한 것에 찍어 먹는 것을 ‘대구껍질강회’라 했다”고 기록 되었다. 그리고 이 대구어로 구이, 전유어, 지짐이, 조림과 얼간 자반 등을 해 먹었다. 요즘 우리는 흔히 대할 수 없지만 필자가 최근에 일본 간사이 지방에 갈 기회가 있어 젓갈시장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이곳에 옛날 우리 조상들이 담아 먹던 소금에 절여 벌겋게 익힌 대구알젓이 어느덧 일본 정통 음식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 외에도 대구어의 아가미와 창자를 가지고 창자젓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비록 대구어의 산지가 진해(鎭海)라고는 하지만 진해는 군항도시(軍港都市)라 대구어 등을 잡으면 고기잡이배들이 인근 마산공동어시장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대구탕집도 진해보다 마산이 더 유명했다.

이성우 교수가 쓴 ‘한국요리문화사(韓國料理文化史)’에 기록된 마산이 고향인 이은상(李 殷相)의 이야기에 보면 “어장(漁場)아비들이 대구를 산더미처럼 베어다 잔뜩 싣고 항구(港口)로 돌아온다. 가난한 오막살이집도 대구 한 동강이쯤은 차례가 돌았지요. 대구 한 가지만 가지면 다른 반찬 백가지를 당한다는 마산 살 마치고 대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생(膾)으로 먹고, 말려(乾) 먹고, 국(羹)끓여 먹고, 전(煎)부치고, 달여(湯)먹고, 구워(燔) 먹고, 포(脯)도뜨고, 김치까지 넣어 먹는다고 했다. 이렇게 살만 먹는 게 아니라 암놈알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쪄 먹기도 하고 쪄 먹기도 하고 수놈의 대구곤(이리, 魚白)은 홀몬 200%라 하거니와 창자니, 아감지니, 심지어는 ‘깡다구’라는 이름은 등뼈다귀까지 발라 먹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신봉사(全身奉社)라고나 할까?”라고 했듯이 60~70년대 까지만 해도 마산의 대구어 요리가 다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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