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산책] 일본말 ‘육사시미’를 ‘편육회’로 하자
[별미산책] 일본말 ‘육사시미’를 ‘편육회’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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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육회(肉膾)집에 가면 육사시미(sashimi:刺身)라는 메뉴가 있다. 육회(肉膾)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인 육회와는 다르다. 기본적인 개념은 육회와는 달리 쇠고기로 만든 회(膾)에 가깝다.

육회는 채 썰려 나오지만 육회와 달리 육사시미는 얇게 저며 나온다. 물론 조리 방법과 차림 방법도 다르다.

육회처럼 미리 양념 되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선회(生鮮鱠)처럼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념장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참기름장(참기름+소금, 옵션으로 후추)에 찍어먹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곳이 있고, 고춧가루+다진마늘+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곳도 있고, 고추기름을 이용한 양념장을 만드는 곳도 있다(주로 생고기 전문점에서 취하는 형식). 먹는 입맛에 따라서는 양념장 없이 그냥 고기만 먹기도 한다.

‘육사시미’는 육회보다 더 신선한 고기를 써야 고기를 씹을 때 나는 피 맛이 덜 난다. 그런데 일본에는 육사시미가 없다.

일본은 생선 회(鱠)외에는 쇠고기를 날로(膾)로 먹지 않는다. 물론 일본식 육회요리라고 하는 ‘규우니쿠 타타키(ぎゅうにく たたき)’가 있다지만 엄밀히 말해 규우니쿠 타타키를 육회로 볼 수 없다.

규우니쿠 타타키는 쇠고기 포를 떠서 겉 표면을 살짝 익힌 요리로 ‘규우니쿠’는 우육(牛肉)을 말하는 것이고 ‘타타키’는 잘게 다진 고기를 말한다. 즉 ‘샤브샤브(しやぶしやぶ)’처럼 우육(牛肉)을 편(片)으로 저며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겉 표면을 익힌 것이다. 육회는 그야말로 쇠고기(肉)를 날(膾)로 먹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육회는 한국식 불고기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유입되기는 했지만, 일부 한국식 불고기 체인점 등에서 제한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일본은 급기야 1998년 생식용 고기 취급에서의 대장균·유통·조리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으나 2011년 4월 23, 29일 도야마현 도나미시 숯불갈비 체인점 ‘야키니쿠슈카 에비스’ 도나미 지점과 후쿠이현의 한국식 삼겹살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육회를 먹고 57명이 식중독에 걸렸으며, 2명의 어린이와 40대 여성 1명 모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육회 금지령이 내려지게 됐다. 일본의 육회 문화는 아직 저급한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육사시미라는 말을 쓰니 당황스럽다.

물론 외식업자들이 육회(肉膾)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육사시미’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보지만 식생활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학계 등에서 외식업자들이 채택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회를 우리는 육회(肉膾)와 어회(魚鱠)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정리가 안 된 채 어회(魚鱠)도 회(鱠)가 아닌 회(膾)를 쓰는 오류가 학계의 논문, 기고, 사전 등에 자주 눈에 띈다.

육사시미를 대체 할 음식명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고기나 생선을 저민 것을 포(脯)라고 하므로 포회(脯膾)라고 하면 좋을 듯싶은데, 주로 포(脯)는 ‘저며서 말린 것’이 일반화 되어 포회(脯膾)라고 하면 ‘저며서 말린 육포를 회로 먹는다’는 조리학 상의 오해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육사시미의 일본말을 고기를 편으로 갈랐다는 의미의 편육(片肉)에 ‘회(膾)’자를 붙여 ‘편육회(片肉膾)’로 대체하면 좋을 듯싶다.

물론 편육(片肉)하면 삶은 고기를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저며 놓은 것을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편편하게 저민 조각고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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