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어떤 위치에서 사물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지역을 사각지대(死角地帶)라고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지대이기에 사고를 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지대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게 하여 주변의 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해당 구간에 진입할 때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진입해야 한다. 그러나 귀차니즘과 안일함은 이러한 주의를 방치하게 하여 사고를 만나게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알고 있을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 짚어내며 나라 살림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사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등 꼼꼼히 따져보고 짚어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 달째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일을 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지위의 유지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매달 급여도 꼬박꼬박 나오고 이들이 누리는 특혜는 변함이 없다.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유지비가 대략 6억 원이다. 엄청난 대가를 받고 있는데 일반적인 회사에서 이렇게 처신했다면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나랏일을 하는 주요한 인사라 이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연금의 혜택도 있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해도 누리는 엄청난 혜택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있는데 책임은 없는가 보다.

연일 국회 이야기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세수가 부족해 담뱃값, 주민세까지 올리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민생은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특혜만 누릴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국민의 본이 되고 국민을 이끌어 가는 대표주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매체 속에서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밤을 세워가며 안건을 연구하며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 것을 토론하는 모습이 아니라 국회 본회를 여는 것까지도 문제로 부각해 나오느니 안 나오느니 하는 것으로 옥신각신 하는 모습은 정말 그들이 나라를 위한 일꾼인가를 의심케 한다. 개회 9분 만에 종료를 선언한 우리 국회의 모습은 국회의장의 리더십 여부를 떠나서 근본적인 원인은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본회의 안건이 돼야 할 내용이 상임위원회에서 넘어오질 못했고 야당은 본회의 연기를 요청하여 벌어진 진풍경이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처리한 안건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12월이면 내년도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올해 내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두 달이 남았을 뿐인데도 무슨 심사인지 자꾸만 이유를 대고 미루고만 있으니 이들에게 어떠한 처방을 내려야 할지 답답하다.

자신들의 조직 내부조차도 정리를 못해 의견이 분분한 야당의 기다려 달라는 요구는 들어줄 필요가 없다. 당 내부 정리는 야당만의 사정이다. 자신의 속사정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 또한 하나의 안건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문제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처리해야 할 안건들의 비중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 하나 때문에 전부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담당해야 하는 업무의 영역과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자. 우선 과정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에서 만족하지 못한 부분을 풀어 가면 된다.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는 업무처리라면 무엇 때문에 부처가 분리돼 존재하겠나. 자, 바로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주변을 좀 바라보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