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 토요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 10시부터 시복미사를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시작하기 전 광화문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군중들을 맞이했다. 그러던 중 노란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있던 지역에서 차를 멈췄고 차에서 내려 단식 34일째인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인 김영오 씨를 직접 마주했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도와달라고 교황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교황은 김영오 씨가 편지를 가져가 달라는 말을 하며 건네는 편지를 받았고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힘을 실어주려는 듯 연거푸 힘주어 잡아주었다.

교황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감사하다며 내미는 손도 마다하지 않고 마주 잡아주고 그들에게 손을 들어 뭔가를 기원해 주고는 차에 올라 다시 퍼레이드를 계속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주장하던 것 중의 하나가 최고 지도자인 박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 광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닌 박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 끼를 굶어도 힘이 없다고들 하는데 곡기를 끊은 지 한 달이 넘어서는 그들을 누가 보듬어 안아줄 수 있을까? 생때같은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 사경을 헤매는 그들마저 저승으로 보내야 뒤늦은 움직임으로 그들을 애도하련가?

어찌되었건 사고가 일어났고 어린 아이들이 몰살되는 참사에 못내 한이 맺힌 부모들은 또 다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진상을 규명하고 이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단식으로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서양의 교황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이 전하는 편지를 받아주고 두 손을 꼭 잡아주며 무언의 힘을 실어 주었다.

교황을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제서야 이해를 받는 것 같다! 위안을 얻은 것 같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간절히 바랬지만 정재계의 인사들은 그들을 방문하고 순례한 다음 그대로 돌아갔을 뿐 그들의 마음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 교황이 두 손으로 그들의 손을 꼬옥 잡아주고 눈을 마주하며 눈빛을, 체온을 교감하는 모습이 응어리진 그들의 마음을 살포시 풀어내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을 만났을 텐데도 이제야 공감을 받은 듯하다는 말은 아무도 그들의 진심에, 그들의 고통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해명에 급급한 모습에 실망하고 장관이나 국회의원의 방문으로 뭔가 달라지겠지 하던 마음들은 매번 반짝 방문으로 오히려 진행되는 일들도 더뎌지고 방해를 받자 어린아이처럼 대통령을 만나기만 울부짖었다.

자신들의 답답함, 한 맺힌 목소리를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무한의 위로를 받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 교황에게 전달된 편지에는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있고, 세월호 유가족은 가난하고 소외받고 있으니 도와주고 진실을 밝히는 데 기도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한다. 결국은 우리 정부에, 우리 대통령에게 호소하고 위안 받아야 하는 내용이 엉뚱하게 교황에게 전달된 것이다.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는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방송이 됐다. 굶어서 피골이 상접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외침은 우리나라를 몹시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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