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재보궐 선거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최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 원내대표와 소속의원, 당원 1000여 명이 토요일 오후를 광화문에서 보냈다. 그들의 주제는 세월호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명목으로 세월호 동영상을 감상하고, 추모시를 낭송하는 등 문화공연과 희망비행기 날리기 등을 하면서 문화제라는 타이틀을 붙여 집회를 벌였다.

그들은 단합대회를 나온 회사원이 아닌 정당 소속의 정식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이 활동을 해야 하는 곳은 바로 국회이다. 1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데 고민해야 할 안건들은 뒤로하고 거리로 나와서 국민을 선동하는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고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동참을 유도했다. 야당이 고민할 문제가 세월호뿐인가? 산적한 안건이 탑을 쌓고 있는데 이는 나 몰라라 하고 구태여 거리를 나온 목적이 무엇일까?

특히 시위의 선두에 선 원내대표인 박영선 의원의 경우 이미 두 차례의 여야 간 원내대표 합의를 번복해 거리 시위의 명분이 서질 못한다. 게다가 거리로 나온 야당은 야당의 목소리가 아닌 세월호 유가족이 되어 유가족들이 말하는 그대로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민원인의 이야기를 듣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녹음기처럼 반복 플레이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대신해 광화문광장을 흔들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가진 제1야당의 무능함이 부끄럽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선거를 치렀고 그렇게 뽑힌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뿐인가? 국내 제1야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대한민국에는 세월호 유가족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절박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여야가 머리를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세월호 때문에 멈춘 정국을 풀면서 세월호를 풀어가도 된다. 자신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의 막무가내로 대통령이 해결해라를 외치며 민원인들에게 동조하는 행위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일을 해결하는 데에는 반드시 절차라는 것을 거치게 되어 있다. 절차가 없이 바로 결과를 만들어 내라는 것은 억지이고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1야당답게,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답게, 국회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정당인답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을 1000여 명이나 이끌고 대규모로 국회 밖으로 나와서 세월호 유가족을 대리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국내외에 대한민국의 제1야당의 능력은 이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십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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