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재첩조개는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사이에 3대 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는 속설이 있다. 옛날 낙동강 하구언 부근에 두 아내를 거느리고 사는 어부가 있었다.

그런데, 조강지처와 첩 사이가 얼마나 정분이 좋았던지 둘 사이는 마치 친자매 이상으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부는 강에서 고기를 잡다가 갑자기 쏟아진 빗물에 강물이 불어나 배가 난파돼 실종되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두 여인은 소복을 하고 서로를 의지한 채 3년여를 한 방에서 같이 살다가 3년 탈상(脫喪)을 한 후 어부가 실종된 그 강가에 신발을 나란히 벗어 놓고 강물에 투신했다.

동네 사람들은 두 여인의 시신(屍身)을 찾으려고 강바닥을 뒤졌으나 시신은 없고 재첩(在妾)조개만 잡혔는데, 어부는 죽어서도 자신의 뒤를 따라온 두 여인을 거느리고 한 방에 사는 재첩조개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낙동강 하류지방 즉, 사상과 동래지방에서는 이때부터 가막조개를 재첩조개라 하였으며 이 조개로 끓인 국을 재첩국이라 하였다고 한다. 재첩조개 살은 다른조개와 달리 뫼산(山)자 모양으로 돼 있다. 같은 각질 즉, 한 방에서 양편에 두 아내를 거느리고 산다 하여 재첩조개라 이름했다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설에 불과하고, 재첩조개는 잔돌 등 이물질과 함께 거랭이에 담겨 나오면 ‘어레미(얼기미)’를 이용해 가막조개만 재치게 된다. 그래서 불러지게 된 ‘재치조개’가 ‘재첩조개’로 음운변화가 된 것이다.

경상도지방의 ‘재칫국’이라고 하는데, 이는 방언이 아니라 ‘재첩국’의 본딧말이다. 사실 60~70년대 이전에는 낙동강 하류지방에서나 ‘재첩국’이라는 말이 있었지 섬진강, 영산강, 금강 등지에서는 ‘재첩국’이라 하지 않고 ‘갱조개국’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동 등 여타 지방에서도 갱조개라는 이름보다 재첩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난생의 민물조개이며 식용한다. 껍질째 삶아 만든 국은 맛과 해장에 좋아 인기가 있다. 재첩국에는 대개 부추를 썰어 넣는데, 부추가 재첩에 부족한 비타민A를 보충해 절묘한 음식궁합을 이룬다고 했다. 재첩을 해금시켜 끓여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조개살만 건져내어 재첩회무침을 하기도 하고, 그 국물에 부추를 넣고 재첩국을 끓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재첩으로 전을 만들기도 하고 진국을 만들기도 한다.

허준(許浚, 1546~1615)이 1610년(광해군 2)에 완성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현(蜆: 가막조개)은 성질이 서늘하고, 독이 없다. 살은 눈을 밝아지게 하고, 소변을 나가게 하며, 열이 몰린 것을 내리게 하고, 음식 맛을 나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또한 술독과 황달을 풀어준다. 껍데기를 태워서 만든 재는 성질이 따뜻하다. 음창을 치료하고, 이질을 멎게 하며, 반위로 먹은 것을 토하는 것을 치료하고, 가슴속에 있는 담수를 없앤다”라고 기록돼 있다. 중국 명대(明代)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30년에 걸쳐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참조개보다 작고 검으며, 물속의 진흙에서 산다. 연중 언제든지 채취한다”라고 나와 있다.

재첩은 고단백·고미네랄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은 100g당 12.5g으로 같은 무게의 두부(9.3g)보다 위다. 또 메티오닌·타우린 등 웰빙 효과가 큰 아미노산이 재첩의 단백질에 포함돼 있다. 메티오닌·타우린은 간의 해독을 돕고 간(肝)기능을 개선시킨다.

‘입추 전의 재첩은 간장약’이란 말은 이래서 나왔다. 재첩조개 껍질을 벗기는 방법은 솥에 물을 붙고 재첩조개를 넣은 다음 불을 지펴 팔팔 끓으면 소금을 넣고 끓어오를 때마다 저으면서 두세 번 정도 끓어오르도록 한다.

이때 재첩만 건져 맑고 차가운 물에 넣고 치대어 헹구면 껍데기가 벗겨진다. 이 껍데기를 일면 재첩조개 살만 남게 되는데, 국물과 재첩조개 살과 분리하여 골라 낸 속살의 물기 빼 재첩살과 국을 합하면 재첩국이 된다. 재첩조개 요리는 다양하다. 재첩국, 재첩우거지국, 재첩회, 재첩칼국수, 재첩비빔밥, 재첩전, 재첩봉골레파스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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