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송편(松䭏)을 한자로 표기할 때 소나무 송(松)자와 떡 편(䭏)자를 쓰기도 하며 송병(松餠), 송엽병(松葉餠)이라고도 하는데, 찔 때 솔잎과 같이 찌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추석에 뜨는 달은 만월(滿月)인데, 이날 만들어 먹는 송편은 반달이나 초승달 모양이다. 만월을 숭상하는 중국 사람은 추석에 월병(月餠)이라 해서 보름달같이 둥근 과자를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우리 조상은 달은 만물에 생명력을 주고 사람에게 복을 가져오는 힘이 있다고 믿은 데서 연유한다.

달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서 보름달로 커지는 과정을 보며 재생과 부활의 힘이 달에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달의 생생력(生生力)이라고 한다. 초승달은 초승에 돋는 달로 신월(新月) 또는 현월(弦月)이라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달의 생생력은 만월보다 초승달이 가장 강하다고 믿었다.

중국은 풍요의 상징으로 보름달을 좋아했지만, 꽉 찬 의미가 아닌 초승달, 즉 이미 차고 기울어 가는 둥근달보다 앞으로 계속 커 나갈 초승달을 선택함으로써 가정의 성장과 나라의 융성을 이룩해 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초승달 모양의 송편을 먹는 것은 바로 그 달의 생생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송편은 1680년대로 추정하는 저자 미상의 한문 필사본 1책으로 이루어진 ‘요록(要錄)’의 총 33매 중 권말에 한글로 쓴 조리법 5매에 최초로 등장하는데,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 낸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 권4 ‘만물문(萬物門)’에 “떡 속에 콩가루 소를 넣고 솔잎으로 쪄서 만드는데, 이는 송병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서유본(徐有本)의 부인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 1759~1824)가 1809년(순조 9)에 조선시대 부녀자를 위해 엮은 한글로 된 생활지침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쌀가루를 곱게 하여 흰떡을 골무떡보다 눅게 하여 쪄서 꽤 쳐 굵은 수단처럼 가루 묻히지 말고 비벼 그릇에 서려 담고 떼여 얇게 소가 비치게 파고 거피 팥꿀 달게 섞고 계피, 후추 건강가루 넣어 빚는다. 너무 잘고 동글면 야하니 크기를 맞추어 버들잎 같이 빚어 솔잎 격지 놓아 찌면 맛이 유난히 좋다”라고 기록돼 있다.

송편에 들어가는 재료로 19세기 중반 조선 순조 때 홍석모(洪錫謨, 1781~1857)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콩, 검정콩, 팥, 꿀, 대추, 미나리를 들었다.

을묘년(1915)에 빙허각이씨(憑虛閣李氏)에 의해 부인의 실생활에 필요한 요리법(料理法)과 의복관리법(衣服管理法)을 한글로 기록한 필사본 부인용 종합서 ‘부인필지(婦人必知)’에는 팥, 잣, 호두, 생강, 계피를, 19세기 말엽 지은이가 전해지지 않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거피팥가루, 거피녹두고물, 대추, 꿀, 팥, 계피, 밤을 들었다.

송편은 ‘소’는 물론 쌀가루에 호박, 모시잎, 도토리가루, 백년초가루 등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색과 맛, 영양이 달라진다. 특히 송편을 찔 때 까는 솔잎에는 노화와 암 예방에 좋은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많이 함유돼 있고 피크노제놀(pycnogenol)이란 성분이 들어 있어 산화를 억제하며, 테르펜(Terpene)이란 성분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풍류시인 김삿갓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시문(詩文) ‘송편’에는 송편 빚는 모습이 눈에 잡히듯 묘사돼 있다.

“手裡廻廻成鳥卵(수리회회성조란) 指頭個個合蚌脣(지두개개합방순) 金盤削立峰千疊(금반삭립봉천첩) 玉箸懸灯月半輪(옥저현정월반륜): 손에 넣고 뱅뱅 돌리니 새알이 만들어지고 손가락 끝으로 일일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 맞추네. 금쟁반에 천개의 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등불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열 나흗날 가족이 모여서 저녁이면 밝은 달을 보며 송편을 빚는데,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가서 예쁜 딸을 낳는다”며 경쟁하듯 솜씨를 보이기도 한다. 임산부 뱃속의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할 때에는 송편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쪽이나 솔잎의 붙은 쪽이면 딸이고, 바늘의 뾰쪽한 쪽이나 솔잎의 끝 쪽이면 아들이라고 재미삼아 점을 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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