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재첩조개는 갱조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재첩은 백합목 재첩과의 패류로 황갈색(사질) 또는 칠흑색(모래펄), 껍데기 안쪽 엷은 붉은빛을 띤 보라색 바탕에 흰색이다.

원래 학명(學名)은 가막조개인 참재첩(眞蜆, Corbicula leana)은 대한민국에서는 애기재첩, 재치 등으로 불리고 일본에서는 마시지미(真蜆, mashijimi マシジミ)라고 부른다. 패각은 정삼각형에 가깝고 각정이 높지 않다. 전연과 후연이 비슷하게 둥글고 윤륵(輪肋)은 넓으며, 규칙적이다. 표면은 흑색바탕에 황갈색 띠가 있으며, 광택이 난다. 내면은 농자색이고, 외투선은 하천의 상류에 모래나 자갈밭에 산다. 외투선인 만입되지 않고 패각은 정삼각형이며, 윤륵은 넓고 규칙적이다. 껍데기는 가로의 성장선이 뚜렷하고 규칙적이며, 약간 동그랗고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이다. 껍질의 표면은 광택이 나고 서식장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며 모랫바닥에 사는 것은 황갈색, 모래펄에 사는 것은 칠흑색을 띤다.

중국, 대만산의 재첩조개 허씨앤(河蚬, 台湾蜆, Corbicula fluminea) 등은 보통 재첩이 1급수에 자라는 데 반해 이 종은 식용은 가능하지만 더러운 물에서도 잘 자란다. 번식력이 좋아 토종의 재첩을 침범하며, 재래종과 교배할 경우 모두 허씨앤 종이 돼 버린다. 보통 재래종에 침범을 하면, 3~4년 만에 모두 이 종으로 대체돼 버린다. 껍질 색깔이 노랗고, 화려하다. 재첩은 6~8월 사이에 산란하며 10~20일간의 유생기에 물속을 떠다니다 뻘이나 모래에 들어가 성장한다. 

재첩 채취는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가슴까지 올라온 장화를 신은 어부들이 직접 긴 막대 끝에 부채모양의 긁개가 달린 ‘손틀방(도수망)’, 일명 ‘거랭이’라고 불리는 도구를 이용해 펄과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재첩을 채취하거나 ‘배틀방’이라는 도구를 배에 묶어 끌고 가면서 강바닥에 있는 재첩을 긁어내는 방법이 있다. 재첩은 산란철 전인 5~6월과 장마기가 끝나는 9~10월이 제철이며 이 기간에 향이 뛰어나고 살이 올라 재첩속살이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산 낙동강 하구언 주변 사람은 재첩조개라 하고, 하동 섬진강 사람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갱 조개라고 불렀다. 60~70년대 이전 낙동강 하구언을 생활터전으로 살던 부산 사상 사람은 낙동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밤새 재첩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볏짚 또아리를 해 머리에 이고 “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며 구포시장을 지나 만덕터널을 넘어 구포장에 이르면 먼동이 튼다고 했다.

여인숙 좁은 길을 다니며 외치던 새벽 선잠을 깨우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친근했던 삶의 소리였다.

이때 하동에서는 섬진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갱조개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머리에 이고 하동 신방촌 나루에서 배로 건너 전남 광양 구르게 나루에 내려 인근 평마을, 오추골, 샛터 등지와 경남 하동 고전면 소재지나 지수 등지를 다니며 “갱조갯국 사이소!”를 외쳤다고 한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그 시절 갱조갯국 행상을 하던 유동엽 할머니(81, 하동군 고전면)는 갱조개를 팔면서 산촌이나 농촌으로 다니다 보면 못 먹어 부황 들른 사람들처럼 얼굴이 누렇게 변했으나 섬진강 하류 사람은 갱조개국이라도 마셔서 그런지 얼굴빛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 갱조개국 한 그릇에 5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농촌에서는 갱조개국과 보리쌀이나 마늘, 고추 등으로 물물교환을 해 집에 돌아올 때는 갱조개국과 바꾼 농산물 보따리가 더 무거웠다고 한다.

갱조개(羹貝)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재첩조개(在妾貝)는 무슨 뜻이 있을까? 심청전에 ‘곽씨 부인이 심청이를 낳을 때 심 봉사가 심청이의 살을 더듬어 보고 묵은 조개가 햇조개를 낳았다’고 한 대목이 나온다. 이렇듯 조개는 여자를 상징하지만, 조개(貝)류는 외쪽으로 돼 있는 전복 등 말고는 조가비가 닫힐 때 그 강력함과 두 쪽의 물림이 빈틈이 없어 잘 맞으며 서로 다른 같은 크기의 조가비를 맞추어도 물리지 않기 때문에 조개는 일부일처(一夫一妻)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조개 중에도 가막조개만큼은 재첩조개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일부일처의 교훈과는 거리가 먼 안타까운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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