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궐선거 동작구을 지역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지하철7호선 남성역 인근에서 기동민 전 후보와 손을 잡은 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진통 끝 손잡은 두 사람… ‘상처’ 남은 야권연대
일부 주민 “야당끼리 양보도 못하고” 불만 표출

[천지일보=임문식, 정인선 기자] 25일 오전 10시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 안. 폭염에 가까운 날씨 속에 물건을 팔려는 상인과 장을 보러 나온 주민으로 북적거렸다. 이곳은 오는 30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동작을 선거구에 포함된 지역이지만, 선거 경쟁으로 들뜨거나 달아오른 듯한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후보 포스터를 든 선거운동원들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투표장으로 가는 발걸음도 뜸했다.

시장 골목의 한 가게에서 떡볶이 장사를 준비하던 60대 주민은 “투표는 해야겠는데, 참신한 인물이 없네”라며 고개를 저었다. “젊은 사람들이 끌고 가면 좋겠는데, 작년·재작년에 봤던 사람들이 또다시 나오고…” 그는 어묵이 담긴 통에 육수를 붓다 말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엇갈리는 지역 민심
“후보직 주고받기 안돼”
“경쟁력 위해선 불가피”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

7.30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 선거구. 의석 한 석이 아쉬운 여야엔 사활이 걸린 승부처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재보선 대상지에 포함된 만큼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이곳에서 당선된 후보자는 당선과 동시에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수 있다. 그만큼 공천 과정에서 여야 모두에게 진통이 많았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밀려 패색이 짙던 야권이 최후 카드로 내민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다.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사퇴하면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승부의 관건은 투표일까지 남은 기간 야권 단일화가 표심을 얼마나 흔들어 놓느냐는 것이다. 특히 야권 단일화가 동작을 주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핵심이다.

주민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사당2동에서 40년간 장사해왔다는 주민 이모(70) 씨는 “야권 단일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보기에 안 좋다”고 했다. 물건을 진열하던 손길을 잠시 멈춘 그는 “정치는 자기 소신인데, 그렇게 (후보 자리를) 주고받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당당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점에서 중국 호떡을 만들어 파는 최입분(67, 여) 씨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어리벙벙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사퇴 안 한다는 사람이 오후 3시에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했다. 장난도 아니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야당끼리 양보를 못하고 싸우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야권 단일화를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남성시장에서 농산물 장터를 운영하는 윤운상(48) 씨는 “야권 단일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새누리당 나 후보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일화를 통해 일대 일 구도로 경쟁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야권 단일화를 여당 견제 차원에서 보는 이도 있었다. 사당2동에 사는 원모(64) 씨는 “개인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밸런스(균형)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권 단일화는 잘 된 것 같다”며 “단일화를 통해 서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견제해야 당선돼서도 지역 개발에 더 힘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단일화 이후 행보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규연(20, 여) 씨는 “야권 단일화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오직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단일화 이후 행보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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