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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40곳 중 17곳 경영권·재산 분쟁
효성·금호·태광그룹 등 여전히 진행형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내 재벌가의 집안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질병과도 같은 재벌가의 싸움이 반기업 정서 형성의 주범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영권이나 상속문제를 둘러싼 갈등 및 분쟁이 대부분이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 2세들의 다툼’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45) 전 부사장이 최근 자신의 형인 조현준(46)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43)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효성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가뜩이나 조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세의 형제 난까지 겹치며 내우외환에 빠진 모양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10일 검찰에 명목상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현대 대표를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사실상 형과 동생의 횡령·배임 혐의를 겨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고발장을 통해 회사의 배임행위가 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묵인 아래 이뤄졌고, 이들이 수혜를 받았으니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효성그룹 경영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1위 재벌그룹인 삼성그룹도 상속분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고(故)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과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상속재산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삼성가 상속분쟁은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이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4조 849억대의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로부터 제척기간이 지나고 상속재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다. 결국 이 전 회장이 상속소송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제의 난’은 일단락됐다.

삼성과 CJ 간 소송 분쟁도 삼성 측이 승소했고, 이재현 CJ그룹의 부친인 이맹희 전 회장의 고소 취하로 종결됐다.

‘왕자의 난’으로 유명한 범현대가 2세들 간 경영권 분쟁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의 세 그룹으로 분리되면서 끝났다.

금호가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라면사업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회장 등 남매간 상속분쟁을 겪고 있다.

최근 재벌닷컴과 산업·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 우리나라 40대 재벌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17곳에서 이 같은 혈족 간의 분쟁이 벌어졌다. 경영권 차지를 위한 다툼,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법정 싸움 등 재벌가의 골육상잔은 결국 돈 때문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재벌가의 분쟁 원인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벌가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룹과 계열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국내 대다수 기업구조의 현실이다.

이에 일각에선 일부 선진국 가족 기업들처럼 오너가의 경영 참여 인원을 제한하거나 지분에 따른 배당만 받는 방식으로 기업 경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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