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국민 여러분! 119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소방관처우개선100만서명국민운동본부)

소방관·시민단체, 소방방재청 해체 반대 1인 시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선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국민 여러분! 119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분수대에서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또래 어린이들을 뒤로하고 소방관 아저씨를 위해 시위를 하는 학생의 표정에 경건함이 묻어난다. 해당 초등학생은 애쓰는 소방관아저씨를 위해 힘이 되고자 1인 시위에 참석했다.

소방방재청 해체 반대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위해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소방관처우개선100만서명국민운동본부(소국본, 공동대표단 최기용, 쟈니윤, 이창우, 배선장)는 지난달 25일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1인 시위에 합류했다.

소국본은 성명서에서 “정부와 국회는 국가안전처 신설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소방관 순직과 처우개선의 근본 해결을 위해 소방관 국가직화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소방청 해체는 소방관의 사기저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소방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할 경우 세월호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재의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7일 25㎏ 정도 되는 소방복을 완전무장한 현직 소방관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가 5일 만에 철수했다. 일부 언론에선 소방서별로 간부들의 중단 압박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꼭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방발전협의회 고진영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직 소방관이 시위를 하다 보니 (시위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며 “정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서 활동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월드컵도 시작돼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 시위를 잠시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소방관과 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소방조직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소방기구의 국가안전처 편입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있는 소방방재청은 해체되고 새로 생기는 국가안전처 산하로 소방조직이 편입된다. 즉 소방 관련 인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직 소방본부는 예전처럼 지자체 관할로 운영된다는 것.

이에 대해 소방발전협의회 고진영 회장은 “그때(민방위본부 산하에 있던 시절)와 똑같다. 소방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라며 “정부에서는 국가안전처가 개설된 후 예산을 지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전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국가안전처로 개설되면 지금처럼 예산‧인사‧승진‧임명 등 권한을 지자체장이 갖게 된다. 일반 행정관료들이 소방 업무를 처리한다는 뜻이다.

고 회장은 “소방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예산을 분배하기 때문에 소방조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쓰이는 장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개인장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각 지자체에 지원되는 국비에는 소방조직 예산과 함께 다른 항목이 포함돼 있다. 소방 쪽에 지원되는 국비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지자체에서 우선시 하는 다른 업무에 국비가 편중된다는 것이 고 회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배선장 소국본 본부장은 “무조건 예산을 많이 지원해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방방재청이 하나의 조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장비 노후화, 인력부족 등 소방관 처우개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국본은 정부가 소방청 해체를 취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할 때까지 평일에는 국회, 주말에는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직 소방관들의 릴레이 시위도 오는 14일부터 국회에서 재개된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3일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2개의 외청 폐지로 인해 정부의 재난안전관리기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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