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새우는 주로 서남해안 지역이 유명하다. 황해도에서 충청도, 전라도까지 이르는 서남해안 지역은 리아스식만(해안선의 굴곡이 복잡한 만)과 갯벌이 발달하고 조석간만의 차가 심해 젓새우 어장(魚場)이 형성되기 좋은 생태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새우는 한자어로 하(鰕, 蝦)라고 한다.

‘재물보(才物譜)’에서는 인충(麟蟲), ‘물명고(物名攷)’에서는 개충(介蟲), ‘전어지(佃漁志)’에서는 무린류(無鱗類)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미류(長尾類)라고도 하는데, 꼬리가 길다는 뜻이 아니라 배가 발달했다는 뜻이다. 새우에 소금을 뿌려 젓갈을 담그는 것. 새우젓은 하해(蝦醢, 백하해(白蝦醢, 백하(白蝦)젓, 세하(細蝦)젓이라고 하며 줄여서 새젓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 전국적으로 많이 소비됐으며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이에 대한 기록과 함께 새우젓 담그기가 배에서 이뤄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새우젓을 음력 1~2월에 담그면 동백하젓, 음력 3∼4월에 담그면 춘젓, 5월이면 오젓, 6월이면 육젓, 삼복 이후 9~10월이면 추젓, 11월이면 동젓이라 한다.

늦봄부터 초여름에 잡히는 아주 작은 새우로 담근 곤쟁이젓, 초가을에 잡히는 어린 새우로 담근 자하젓(紫鰕醢 자젓, 감동젓), 9월에 담근 엇젓, 돗대기 새우로 담근 돗대기젓(됫대기젓, 뎃데기젓), 중하로 담근 중하젓, 전라도에서 나는 아주 작은 보라색 새우로 담근 고개미젓도 있다.

한편 전남 남부 지역에서 11월경 나는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도 있다. 좋은 새우젓은 육질이 토실토실하고 액즙이 유색으로 맑으면서 풍미가 좋은 것인데 새우의 산란기인 유월에 담근 육젓을 으뜸으로 친다.

정학유(丁學遊, 1786~1855)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0월령에 보면 “무우, 배추 캐어 들어 김장을 해오리라/앞 냇물에 정(淨)히 씻어 염담(鹽淡)을 맞게 하소/고추, 마늘, 생강(生薑),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양지(陽地)에 가가(仮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박이무우 알암 말도 얼잖게 간수(看守)하소”라고 읊었다.

옛날부터 젓갈은 김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긴한 양념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새우젓은 김치의 깔끔한 맛을 더해 준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1432(세종 14년) 사헌 지평 남간(南簡)이 사직(辭職)하여 아뢰기를 “신이 본직(本職)에 있으면서 병이 들어 사가원서(賜暇願書)를 제출하고 강화(江華)에 돌아가서 온정(溫井)에 목욕(沐浴)하고 있었더니, 정포 만호(井浦萬戶) 도대평(都大平)이 백하젓(白蝦醢·생합(生蛤) 각각 1말과 진어(眞魚) 40마리를 주기에 신이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사헌 지평 남간(南簡)은 지방관에게서 새우젓과 조개, 생선을 뇌물로 받은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세종에게 사직을 고(告)했던 것이다. 새우젓(白蝦醢은 돼지고기의 단백질을 분해시켜주는 프로티아제와 지방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생성되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돕는다.

그러기에 경남, 부산에서 유명한 ‘돼지국밥’에도 간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새우젓이다. 소금보다 잘 숙성된 새우젓이 제격이다. 중국의 등 소평(鄧小平)이 즐겨 먹는 요리 중 취하(醉蝦)가 있다. 술 취할 ‘취(醉)’에 새우 ‘하(蝦)’, 말 그대로 ‘술에 취한 새우’ 요리다.

이 요리는 살아 있는 새우를 술에 담그면 알콜 성분에 취해 죽은 것처럼 축 늘어지는데 이를 그대로 먹으면 해물의 신선함과 술 향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날로 먹는 방법도 있지만, 술에 절인 새우를 그대로 불에 그슬려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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