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식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관련 고서적 등을 보다보면 음식명(飮食名)이나 기물(器物) 등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나와 난감할 때가 많다.

그 실예(實例)로 조선 영조 때 편찬된 ‘종묘의궤(宗廟儀軌)’ 등에 ‘비석(脾析)’이 나온다. ‘석전 예찬 중 오성위 진설도의 우12두 제3행 첫째 줄에 비석(脾析)을 놓는다’라고 되어 있다.

김장생(金長生)의 ‘가례집람(家禮輯覽)’ 등에 ‘脾析(비석)’으로 기록하고 있고, ‘세종실록(世宗實錄) 오례의(五禮儀)의 진설(陳設)’에도 ‘脾析’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 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의 경사문 제물편에는 아래의 예문과 같이 ‘비탁(脾柝)’으로 풀이를 하고 있다.

“星湖僿說經史門祭物條脾柝註云牛百葉今謂之千葉從其理而柝開故曰脾柝也-비탁(脾柝)이란 것은 주에 ‘우백…엽(牛百…葉)’이다 하였으니, 지금 소위 ‘소’의 처녑(千葉)이란 것인데, 그 살결에 따라 고기가 터지는 까닭에 이름을 ‘비탁(脾柝)’이라 하였다.”

비석(脾析)과 비탁(脾柝)은 모두 ‘소의 처녑’을 말한다.

여기서 ‘脾’는 소의 밥통 또는 소의 양(羘)을 말하고, ‘析’과 ‘柝’은 유사한 의미로 ‘가늘게 썰다’라는 의미와 함께 ‘析’을 ‘처녑 사’로 읽기도 한다. 그래서 비석(脾析)이 아니라 비사(脾析)가 옳다는 학자들도 있다.

안동 장씨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소(牛) 위(胃)인 양(羘)에 대한 기록은 세 가지가 나온다.

소의 위를 삶는 법인 양숙(羘熟), 소의 위로 만든 편(片)인 양숙편(羘熟片), ‘맛질방문’에 들어 있는 양(牛胃) 볶는 법이 그것이다.

한자(漢字)에서 고기 육(肉)자의 간략 형(形)은 달 월(月)과 같아 혼동하기 쉽다.

고기 육(肉)자는 주로 글자 왼쪽(肝, 肛, 腸, 腦)이나 아래쪽(胃, 育, 脊, 肩)에 들어가고, 달 월(月)자는 글자 오른쪽(朔, 望, 期, 朝)에 들어간다. 예외적으로 턱밑 살 호(胡)자는 고기 육(肉)자임에도 오른쪽에 들어감에 유의해야 한다.
고기 육(肉)의 약자가 부수(部首)로 쓰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왼쪽 변에 달 월(月)이 나오면 모두 고기 육(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는 4개의 위를 가지고 있으며,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다. 그 중 첫 번째 위(胃)를 ‘양(羘)’이라 하는데, 혹 모양으로 생겨서 ‘혹위’ 혹은 ‘유위(瘤胃)’라고도 한다.

▲ 대창

두 번째 위를 ‘벌양’ 또는 ‘벌집위(봉소위 蜂巢胃)’라고 하며, 세 번째 위를 ‘처녑(千葉)’ 또는 ‘겹주름위(중추위 重皺胃)’라고 하고, 그리고 마지막 위를 ‘막창’ 또는 ‘주름위(추위 皺胃)라고 한다.

위(胃)와 연결된 ‘소장(小腸)’과 ‘대장(大腸)’을 각각 ‘곱창’과 ‘대창’이라 한다. 곱창의 ‘곱’은 순수한 우리말이고, 한자로는 지(脂)다. 그러므로 ‘곱’ 고기(肉)에서 맛있는 (맛있을 지旨) 부분이라는 의미로 지(기름 지脂)자(字)를 쓴다.

지(脂)는 주로 동물성 기름을 의미할 때 쓰인다. ‘곱’은 동물의 지방 또는 노폐물이 응고된 것을 말한다.

곱창의 창자 장(腸)은 고기 육(肉)+빛날 양(昜)으로 신체 내부의 장기(臟器)이므로, 고기 육(肉)자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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