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사회분위기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특검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특정 사안에 대한 특검 요구는 지금까지는 주로 정치인들의 몫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유가족들이 눈물로 호소하며 조문객을 대상으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국민 생각과 같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이제까지 이루어진 정부의 조치 사항이나 밝혀진 내용들을 보면 너무나 한심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희생자와 실종자를 조기 수습하고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특별검사제와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인데,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면 침묵시위를 하고, 특검 요구에 나서는 것일까.

사고 첫날부터 구조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회의만 하고 브리핑만 한 정부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호소는 정부의 무기력한 초동 조치를 질타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수습은 뒷전에 두고 전국민장례축제처럼 전국 곳곳에 분향소를 설치해놓고 생색만 내고 있다는 말은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고 그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국에 분향소를 설치해 국민에게 애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정부가 지방에 마련한 전국 분향소는 선의(善意)라 봐야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가족들이 마치 엄청난 사기극을 보는 것 같아 자식 잃은 슬픔만 더하다고 비난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국민의 애도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인명 구조나 실종자 찾기가 우선이라는 항변이다. 이래저래 악수(惡手)만 두고 있는 정부는 유가족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치들을 성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유가족들이 싫다면 전국 분향소를 폐지하여 한 곳에만 유지하고, 정치권은 사태수습 후에 특검을 실시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유가족에 대한 지원책과 함께 재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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