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국민을 상대로 한 정부 역할에서 부작용이 크다면, 공직자들이 평소 해야 할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의 소홀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수습이 끝나거나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 으레 따르는 일이 책임성 문제다. 이 경우 책임성은 도덕적 책임, 법적 책임, 책무적 책임을 말하는바, 정부의 고관일수록 도덕적 책임을 지는데 정 총리의 사퇴 표명이 그 사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총체적 정부 역할 부실에 대해서 국민뿐만 아니라 말을 자제하던 정치권에서도 내각 사퇴 말이 나왔다. 사고의 원인이나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워낙 많고 사안이 심각한지라 세월호 선박 직원과 청해진해운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 등 정부의 재난 대처 조직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그 책임성은 국무총리 한 사람에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사고 수습에서 무기력했던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는 박근혜정부가 출범될 당시만 해도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조직개편의 핵심이었고, 세 조직의 두()문자인 미안해는 정부조직의 상징이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는 성장 동력 발굴, 일자리 창출로 정부 역량 강화를 들어 미래부를 강조했고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총괄 부처로서의 안전행정부 기능 강화, 해양수산부의 기능 복원을 위해 해양경찰청을 해수부 소속으로 변경시키는 등 중점을 뒀으니 당시에 공무원사회에서는 조직개편이 미안해(未安海)’ 개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속속들이 나오는 사고 원인과 사전예방, 수습 대응들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것이니 지금까지 드러난 세월호 참사의 내용만 봐도 인재요, 관재임이 명확해 보인다. 국민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의 안전대책에 국민이 망연자실(茫然自失)을 뛰어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그런 사정이니 혈육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통곡하는 희생자 가족들을 정부는 어떻게 위무할까. 내각이 총사퇴한다고 하여 그 도덕적, 법적 책임이 묻어지는 건 아닐진대 미안해조직으로 상징된 박근혜정부에서 앞으로 국민 상대로 미안함은 더 이상 나와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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