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2주째다. 사고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이 28일 공개됐는바, 이 영상에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해경의 도움을 받아 여객선에서 내리는 탈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당시 영상에서는 여객선이 절반 정도 기울어져 있는 상태로 이 선장이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공을 달리하여, 지난 2512000톤급 스페인 여객선 볼칸 데 타부리엔테호3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항해하는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선장의 노련한 지휘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고 전원 구조됐다. 선장은 항만관제센터에 화재 사실과 회항 계획을 차례로 보고하는 한편,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나가라고 즉각 지시하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승객들을 좌현과 우현에 절반씩 배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스페인 볼칸 데 타부리엔테호와 한국의 세월호는 바다 가운데서 일어난 선박사고였지만 선장과 당국이 대처하는 양상이 달랐다. 스페인에서는 선장이 보여준 능숙한 지휘로 인해 불과 몇 분 사이에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질서정연하게 탈출 준비를 마쳤고,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스페인 해상 구조 당국의 조치도 훌륭했다. 당국은 화재 발생 후 즉각 헬기와 9000톤급 고속페리를 사고 해역에 보내 여객선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응당 현장 상황에 맞는 조치와 인명구조 활동을 해야 할 선장과 선박직원들은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내팽개친 채 배를 버리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탈출해버렸다. 초기 수습활동에서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등 구조대의 미흡함과 정부의 무기력이 혼재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보였으니 그 결과가 300여 명의 희생으로 이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여객선 볼칸 데 타부리엔테호의 승객들처럼 세월호 승객들의 무사 귀환이 왜 우리에게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정말 야속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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