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세월호 침몰소식에 안산 단원고 여자 탁구부 선수들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지난 17일 충남 당진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0회 전국남녀 종별 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단체 결승전에서 울산 대송고에 3-1로 승리해 우승컵을 차지한 단원고 선수들은 2연패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상대 위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참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뒤에 얻어낸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전국 최강인 단원고 선수들 중에는 2학년 선수 3명도 포함됐다. 만약 이들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세월호를 탔다면 동료 학생들과 같이 변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회 참가가 생사를 가르게 한 셈이다.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라고 한다. 사회 곳곳에 위험 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위험의 바다에 둥둥 떠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조마조마하다. 언제 나에게 위험이 닥칠 줄 모른다. 그래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대표적인 명저 위험 사회에서 현대 사회에서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며 인류의 새로운 위협인 공해가 계급은 물론 인종, 종교, 이념에 상관없이 보편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리히 벡이 거론한 위험은 공해뿐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양산되는 모든 위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울리히 벡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 공장이나 일에 관련된 위해와는 달리 새롭게 등장한 위험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위험은 국경을 넘어 생산 및 재생산 전체로 퍼져 나가는 전 지구적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위험은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다.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소득의 증대와 여가 시간의 확대로 생성된 스포츠도 항상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다. 경기 안팎에서 많은 사고와 사건이 발생해 인명피해가 생긴다.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 본질적인 특성이 탈바꿈하면서 경쟁적인 활동이 심화된 게 이유였다. 경기 중에 목이 부러져 반신불수가 되거나, 심지어는 상대의 가격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또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회 참가를 위해 자동차나 비행기, 배로 이동할 때 큰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1982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타이틀전에서 김득구가 레이 맨시니와 경기 도중 사망했으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직전 체조 국가대표 김소영이 훈련도중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1급 장애인이 되기도 했다. 외국에선 비행기 참사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지난 1999니코보커 패션으로 유명한 미국 프로골퍼 페인 스튜어트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993년 미국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위해 원정경기를 떠났던 잠비아 선수단은 비행기 사고로 선수단 전체가 사망하는 대형참사를 빚었다. 그 이전 1980년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에서 미국 아마추어 복싱 선수들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 1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고 1972년에는 우루과이 럭비선수단 30명이 비명횡사했다.

경기에서 입은 외상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도 선수들에게 큰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상대 선수에게 당한 스트레스나 상처로 충격을 받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하고 천재지변의 사고와 인재 등으로 부상을 당한 뒤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스포츠의 위험성은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의 개연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근본적으로 치유가 힘들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스포츠를 즐기는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스포츠에서 위험요소는 수반할 수밖에 없다.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스포츠에서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해선 자기 성찰과 점검에 힘과 노력을 쏟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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