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대선(1948~  )

젖내 아른아른
흘러가는 시내한테
햇살이 까꿍까꿍 간지럼을 먹이면
빙그레 웃으며 기어와서
오물오물 젖을 빠는,
배냇짓하는,
옹알거리는,
아가야, 우리 아가
 

[시평]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풀리고, 시냇물이 다시 활기를 찾아 흐른다.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기마냥, 봄 시냇물은 옹알이며 흘러간다. 흘러가는 봄 아기에게 봄 햇살은 다가와 까꿍하고 간지러움을 태운다. 엄마의 간지러움에 방긋 웃으며 봄 아기는 봄 햇살에 안기어 오물오물 젖을 빤다. 오물오물 젖을 빨며 옹알옹알 배냇짓하듯 흘러가는 봄 시냇물.
봄 햇살 이제 마악 퍼지는, 그래서 시냇물도, 풀도 나무도, 또 온 산과 들도 얼핏 깨어나 기지개를 캐는 3월. 그 3월은 엄마 품을 찾아들어 오물오물 젖을 빠는 아기와 같은 계절이리라. 그 아기의 순진무구한 웃음이 빙그레 피어나는 계절. 봄은 그래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운과 신선한 활력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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