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대형참사가 또 발생했다. 세월호 사고 자체도 어처구니없지만 그 이후의 미숙한 초동 대처와 신속하지도 체계적이지도 못한 현장 대응으로 국가재난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드세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당시에도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부실한 무선통신망이 꼽혔기 때문에 개선 방안으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재난관련 부처와 군경 등의 무선통신망을 한데 묶어 현대화하는 이 사업은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12년째 표류중이다.

실제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통일된 재난통신망 부재로 우왕좌왕 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해군과 각 지자체 등이 다른 방식의 무선통신망을 쓰는 관계로 긴급한 상황인데도 상황전파와 보고지시를 일사분란하게 할 수 없었다.

구조과정에서 해경과 해군 등이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구조활동을 하지 못한 것도 통일된 지휘통신망의 부재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사고 초기 탑승객과 구조 인원수를 파악하는 데 혼선을 겪고 민간 잠수부가 조명탄을 요청하면 허가를 받는 데 20분 내지 40분이 걸린 것도 통일된 지휘통신체계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난 후 꽤 시간이 지나서야 통신통제반을 설치하고 현장구조에 투입된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해군, 지자체, 민간단체 간의 협업을 위한 단일 방식의 무전기와 기지국 등 지휘통신체계를 구성했으나 시험가동 없이 사고가 난 후 급조한 통신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통합지휘무선통신망구축계획은 2003192명의 생명을 잃은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앞으로의 재발방지 및 예방대책을 검토할 때 당시의 부실한 무선통신망이 참사발생과 구조 미흡의 큰 원인으로 규명하고 그해 10월 세운 사업으로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사업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재난망 사업은 정보통신부,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등 주무부처를 옮겨가며 12년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05년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에 국가통합망(GRN)’이란 이름으로 재난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8년 특정 업체의 특혜 논란과 투자비가 과다하다는 감사원 감사 지적에 따라 시범사업이 중단됐다. 그 이후 수차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으나 어느 방식으로 하는 것이 경제적인지 등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을 놓고 갑론을박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으며 아직도 국가재난망사업의 추진방향도 못 잡고 있다.

공간정보를 활용한 각종 재난예방시스템 구축사업도 계획수립과 논의만 계속되었지 실제 추진되지는 못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ICT기반 재난대책사업은 재난발생기에만 여론에 떠밀려 대책을 수립하지만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예산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되고 있다.

재난은 예고가 없다. 세월호 참사로 그동안 재난망 부재가 현실화되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국가재난망이 갖춰진다고 하더라고 사고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재난부서가 통일된 재난통신망을 구축하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재난대응체계를 갖추면 재난이 닥쳤을 때 일사불란한 대응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예방하고 부득이한 천재지변은 최대한 신속히 체계적으로 대처해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재난무선통신망 구축은 시급하다. 그래서 다시는 세월호 같은 참사가 없어야 할 것이며 우왕좌왕하는 사후대처로 피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그 어떤 시책보다도 국민의 안전보장이 우선시 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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